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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나 가수

[게임 OST] 포탈 1, 2의 엔딩곡 + 썰

 

어느새 고전 명작이 돼버린

밸브 사의 포탈 1과 2.

 

밸브는 게임 플랫폼 '스팀'을 만든 회사이기도 하다

그거 말고 대표작으로는

요 포탈 시리즈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그리고

"장비를 정지합니다. 안되잖아?"

의 하프라이프가 있음.

 

근데 사실, 이 회사가 만든 게임은

취향에 안 맞아서

(그리고 내가 그런 종류의 게임들을 개못해서)

실제로 해본 게임은 포탈2 딱 하나,

그것도 중간밖에 못 해봤다.

 

요 최근에 스토리 요약 영상부터 접하고

너무 궁금해서 꾸역꾸역 해보다가

게임 깔기 전부터 짐작했던 대로

능지랑 피지컬 부족+3D 멀미 때문에 관둠

 

SF, 3D 1인칭, 총을 뿅뿅 쏴야 함, 실시간,

능지 겸 피지컬 필요한 게임...

모든 장르적 특성이 내 취향이 아닌데도

워낙 스토리나 설정, 특히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사서 깔아봤는데 재미는 있었음.

멀미가 나서 그렇지...

 

여튼, 제목에 적어 둔

OST, 엔딩곡 얘기로 돌아와서...

 

포탈 1과 2 모두 끝날 때

주인공의 적이었던 인공지능 '글라도스'가

자길 깨부셨던 주인공 '첼'을 향해 노래를 부른다.

 

1편의 엔딩곡은 <Still Alive>,

2편의 엔딩곡은 <Want You Gone>.

 

화자의 입장이 입장인 만큼

게임 스토리를 모르면

가사 중간중간에 개뜬금+쎄한 요소가 들어가서

이게 뭔가 싶어 지니까

 

노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게임 스토리부터 알아야 한다.

 

 

 

39분짜리 스토리 요약 완전판.

(내가 알고리즘 때문에 본 영상도 요거)

 

이 영상에 다 나와있지만

그래도 굳이 글로 한 번 더 요약하자면

 

 

<1편 스토리>

-미친 창립자가 세운 미친 과학 연구소

'애퍼처 사이언스'가 있었음

-그곳의 총괄 인공지능 '글라도스'는 과학을 위해(?)

실험 지원자=인간에게 포털 건과

뭐시기 과학 신발(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안 다침)을 주고

계속 실험 공간에서 퍼즐을 풀게 함

-성공하면 케이크를 준다면서(?) 사실 죽이려고 함

-주인공 '첼'은 거기서 실험을 계속 수행하다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생존을 위해 글라도스 공격함

-글라도스 개박살

 

그래서 박살당한 글라도스가 부른 노래가

바로 이거다

 

 

 

요약하자면

글라도스가 아직 안 뒤졌다는 거.

(후속작 예고)

 

빡쳤지만 안 빡친 척하는 정신승리와

(놀랍게도, 이 인공지능은 감정이 아예 없지 않아서

비꼬기랑 빈정대기를 할 수 있다)

인간이 아닌 존재 특유의, 좀 이상하고 쎄한 관점

(생명 경시라든가 그런 거)

약간 멘탈 나감? 그리고 기계적인 목표의식 등

이런 미친 공상 과학스러움이

독특하게 잘 버무려져 있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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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마음을 부숴서 불태웠다' 이 가사는

주인공 첼이 게임 속에서

글라도스에게 실제로 비슷하게 저질렀던 짓이고

(글라도스를 파괴하기 위해

감정이나 성향들이 담긴 '코어'를 하나씩 떼어내서

소각로로 가져가 불태움)

 

중간에 나오는 케이크 머시깽이는

글라도스에게 입력된

'보상'이나 '결과'의 상징 같은 게 아닐까 싶음

게임 중에 계속 케이크로 꼬드겼으니까.

 

'블랙 메사'는

이 게임 회사의 다른 게임인

하프라이프에 나오는 회사.

(두 회사가 서로 라이벌인 듯.

두 게임의 세계관 연결 암시 내지는 팬서비스)

 

 

전체 가사를 놓고 봤을 때,

 

게임 내용을 모르면

중간중간 이상한 뻘소리가 들어가서 그렇지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대충 공익을 추구하겠다는 건가 싶은데

 

실상은,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해

실험하다가 이미 뒤진 놈들은 버리고,

'아직 살아있는 실험자'들로

다시 살인 실험을 계속하는 날을 기다리며

내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쎄한 내용.

 

(이 게임의 배경이자 글라도스를 개발한

애퍼처 사이언스의

어긋난 이념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함)

 

 

 

 

여튼 1편에서 다른 건 박살 났어도

코어는 살아있던 글라도스는

 

후속작 2편에서 본체까지 복구되며

정말로 완전히 다시 살아나게 됨.

근데 또 개박살남

그랬다가 또 복구됨.

 

 

<2편 스토리>

-첼은 연구소로 도로 끌려오고 수면당했다가 먼 미래에 깨어남

-멍청이 코어 '휘틀리'가 첼의 탈출을 도와줌

-휘틀리 때문에 본의 아니게 글라도스 부활

-글라도스는 비꼬기+인성질하며 첼을 다시 실험시킴

-첼+휘틀리에게 글라도스 한 번 더 당함.

-근데 글라도스랑 자리가 바뀐 휘틀리가 첼까지 배신함

(글라도스가 붙어있던 기계에, 실험 계속+사람 죽이기를 유도하는

프로그램 비슷한 게 있는 모양. 그래서 휘틀리가 이상해짐)

-글라도스는 감자 배터리에 꼽힌 감자도스가 돼서 첼과 협력

-글라도스 출생의 비밀 밝혀짐.

창립자의 비서 겸 추종자 '캐롤린'이란 사람의 의식을

기계에 옮겨 놓았던 것.

-첼+감자도스 휘틀리를 물리침

-복구된 글라도스, 첼을 연구소에서 내보냄

 

그런 다음에

글라도스가 부른 노래가 이거다.

 

 

 

요약하자면,

첼한데 여길 떠나라는 거다.

 

바로 이 노래 나오기 직전에,

첼에게 막판 배신 때리고 죽일 것처럼 굴었다가

풀어줬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이게 뭐지?' 어벙벙했다가

이걸 듣고 나서야 글라도스의 본심을 알게 됨.

 

근데 여기서도 가사를 많이 배배 꼬아놔서...

(얘는 기계 주제에 되게 성격 복잡함)

 

1편 엔딩에서

빡쳤는데 안 빡친 척한다면

여기서는 쿨한 척하고 있음

 

지금까지는 내가 과학을 위해(?)

널 계속 죽이려고 했지만

이젠 네가 필요 없으니

여기서 떠났으면 좋겠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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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있었더니 실험에 차질 생기고

고생 엄청했다

 

내가 꼭 안 죽여도

넌 수명 때문에 언젠간 죽을 테지만

나는 쥰내 쩌는 인공지능이라서 영원히 살 거다

 

너 여기 계속 있어봤자

(실제로 1,2 플레이 내내 첼이 그랬던 것처럼)

여기 시설 부수고 나 공격하고

깽판만 칠 테니 다른 데로 가서 해라

 

이제 나한테는 대체품 있으니까

(실제로 글라도스는 첼 대신 실험시킬

인간형 로봇 두 대를 만들어놨고

그 로봇들은 파괴됐어도 무한 재생 가능)

너 없어도 된다

 

그러니까 떠나라고.

 

 

 

 

하지만 중간중간에

이런 가사들을 심어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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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ye my only friend
잘 가, 내 유일한 친구

Oh, did you think I meant you?
오, 너한테 한 얘긴 줄 알았니?

That would be funny If it weren't so sad
슬프지 않다면, 그것도 웃긴 일이겠지.

 

When I delete you maybe
너를 지워버리면

[REDACTED]
I'll stop feeling so bad
[편집됨]
그만 맘고생해도 되겠지.


(*화면 자막에는 [REDACTED]라고 나오고
가사는 목소리로만 들을 수 있음)

 

 

 

 

특히 이 노래의

가사 맨 마지막이 이렇다

 

Now I only want you gone
이제 난 네가 사라지길 바라
Now I only want you gone
이제 난 네가 사라지길 바라

Now I only want you
이제 난 너만을 원하는데
gone
가버렸어

 

같은 가사, 같은 구절인데

중간에 엔터를 절묘하게 한 번 더 쳐서

뜻을 바꿔버림

 

(엔딩 영상에서는 기존 자막들 싹 지우고

마지막 gone만 띄움)

 

그니까, 글라도스도

첼을 떠나보내기 섭섭한 거지.

한때 동료로서 협력도 했었고

자신의 출생의 비밀도 함께 알며

정이 쌓일 만큼 쌓였는데.

 

게다가 실험이 진행될수록

성취감을 느끼게 설계된 글라도스로서는

금방 실패하며 뒤져버린 다른 실험체들 보다

끝까지 버티고 문제 풀면서 자기까지 박살 냈던 첼이

각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음

 

하지만

그래도 굳이 내보냈던 건,

그게 서로에게 낫다고 판단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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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에 휘틀리 설명에도 적었듯이

글라도스가 본체 복구된 채

연구소를 통제, 유지하고 있다 보면

본의든 아니든

실험을 통해 첼을 또 죽이려고 할 테고

첼은 그걸 피하려고

서로를 다시 공격할 수밖에 없음

 

어떻게 잘 억제해서 계속 평화를 유지해도

수명 때문에 첼은 언젠가 죽게 되어있고

글라도스만 혼자 남음.

설상가상 저 연구소는 사람이라곤

냉동 수면된 채로 대기 중인 실험자들 뿐이라서

이 공간에서 활동하는 인간이라고는

첼 하나밖에 없으니

계속 살아가기 곤혹스러울 듯.

 

게다가 2 엔딩 이후

글라도스가 로봇들을 부려
냉동 수면 중인 다른 실험자들을 찾아냈을 때

다시 실험할 생각에 엄청 좋아했던 걸 보면

이 미친 실험기계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실험으로 사람을 죽여야 성이 풀리는 모양.

 

또 첼을 내보낸 것 자체가

글라도스로서 마지막 큰 선물이었겠고.

1편부터 글라도스는 첼에게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케이크와 '자유'를 준다고 했으니까.

(그때는 뻥이었지만)

 

 

 

 

쟤를 보내버리고

나도 신경 끄고 살자

 

이랬으면서

 

결국 맨 마지막엔 미련을 드러냄.

첼이 떠난 다음 혼자 청승맞게.

 

이렇게나 애증, 미운 정이

잘 표현된 가사가 또 있을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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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후속작 말고

콜라보 비슷한 개념의 모 레고 게임에서도

글라도스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거기서도 여전히 첼을 못 잊은 것처럼 나옴.

가사 내용을 대충 요약하자면

"나 이제 너 안 밉고 되게 재밌게 잘 지내는데

너는 이거 모르지?"

 

포털 2 이스트에그로 들어가려다가

빠진 곡도 하나 있는데

여기서는 글라도스가 아예 대놓고 붙잡는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근데 이 곡 하나만 작곡가가 다르고

(글라도스의 성우분이 작곡함)

결국 게임에서 빠졌으니 비공식으로 봐야겠지만.

 

 

 

 

하여튼 사연=게임 스토리를 알고

가사를 곱씹으며 들으면

 

'으이구 글라도스...

이 솔직하지 못한 녀석 같으니라고'

하면서 듣게 됨.

2편 엔딩까지의 과정과

애잔한 듯 복잡한 상황을 헤아려보면서. 

 

하지만 가사 내용과 얽힌 스토리 빼고

목소리나 멜로디로만 들으면

어딘가 편안해지고 후련해지는 부분이 있음.

일단락되는 엔딩곡답게.

 

우선 목소리가 이쁘고.

(오페라 가수 겸 성우분 목소리에 기계음을 씌웠는데

독특한데도 그렇게 이질적이진 않음)

멜로디가 좋고, 중독성도 적당히 있고

 

또, 가사를 부분 부분만 떼서 들으면...

가령, 난 아직 살아있다고

끈덕지게 반복하는 부분이나

"You want your freedom? Take it

/That's what I'm counting on"

이런 구절 같은 게

힘든 걸 견디게 해 줄 것만 같음.

그게 정신 승리든 뭐든 간에.

 

또 게임과 떼어내고

게임에서만 통하는 표현들을 빼내면

여느 이별곡으로서도 그럴싸함.

특히 2편 엔딩 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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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네가 없어서 너무 힘들다

너무나도 슬프다 엉엉엉"

또는

"니가 너무 밉다 하여튼 쥰내게 밉다"

이런 솔직 단순한 이별곡보다는

 

(물론 이런 곡들도 장점이 있음.

지금 당장 바로 그 감정을 겪고 있을 때

이것만큼 와 닿고 위로되는 게 없으니까)

 

겉으로 괜찮은 척하면서

속내를 약간 숨기거나 비틀어 놓는 걸

좀 더 좋아함.

 

여운이 더 남는달까

한 번 더 곱씹어 볼 수 있달까

너무 답답하지 않게, 힘들지 않게

숨구멍은 뚫어놨달까

 

그리고 이별이 꼭

나쁘고 슬프고 그런 것만은 아니니까.

차선책이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거라서.

어쨌든 남은 사람은

이다음을 계속 살아야지.

 

 

 

 

그래서인가,

힘들면 찾아 듣는 노래들 중에

어느새 이 두 곡도 포함시키게 됐다.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도 들음.

 

한 곡만 줄창 반복해서 들을 때도 있지만

대개는 두 곡을 번갈아 가면서.

팝콘과 콜라 세트처럼.

 

아, 그렇지.

이 두 곡만큼은 아니지만

 

 

 

이 노래도 종종 듣는다.

포털 2 엔딩 직전,

글라도스가 (터렛들을 시켜서) 첼에게 들려준

<Cara Mia Addio!>

 

<Still Alive>랑 <Want You Gone>은

첼이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글라도스가 혼자 부른 거지만

요거는 첼이 실제로 들었다는 점이 각별하다.

 

가사는 단순함.

 

"첼 너는 정말 대단하구나

그녀(글라도스나 캐롤린)가 존경하는 너

과학으로부터 멀리 떠나거라

잘 가거라 곱고 사랑스러운 아이야"

 

대충 이런 느낌.

정말이다.

 

왜냐면 원래 가사 없이 터렛들이

"아~"나 "밤밤바~"하고 부를 노래였는데

노래가 너무 잘 뽑혀서,

막판에 제작자들이

글라도스(+터렛) 성우분께 부탁해서

오페라 가수였던 그분이

자기가 아는 이탈리아어를 넣어

즉흥으로 지어냈기 때문.

 

주인공 첼과 플레이어에게 보내는

작별인사라 카더라.

 

 

저 노래는 그냥 글라도스가

장난으로 만든 건 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 치고는 정성이 대단하니까

(저 터렛들은 스스로 돌아다니질 못하니

글라도스가 어떤 수를 써서

저 많은 애들을 전부 저 위치에 옮겨놨다는 거)

이 노래야 말로

글라도스의 진짜 마음이겠다 싶음.

 

그냥 축하하고 칭찬하고 응원하고...

좋은 마음만 담아서 작별인사.

 

여튼 이 노래도 뭉클하다.

 

 

ps.

DLC에 의하면, 첼이 떠난 후

글라도스는 여전히 빈정대는 성질머리를 유지한 채

대체품 로봇 두 녀석을 데리고(얘들도 뭔가 귀여움)

계속 연구소에서 실험하면서,

로봇들을 폭파했다가 고치고 폭파했다가 고치고를 반복하면서

그리고 중간에 찾은 인간 실험자들도 죽이면서

그래도 다들 첼보다는 못하니까

덜 채워지는 부분에 좀 아쉬워하면서

그런대로 잘 지내는 듯.

 

자기 말대로 영원히 살 거고

첼의 데이터를 딱히 지우지도 않았으니

영원히 첼을 기억하겠지.

 

 

ps2.

포탈 3편이 나온다면

오히려 시리즈가 어그러질까 불안하긴 한데

(그런 평가들이 많다 2의 엔딩이 근사해서)

그래도 첼과 글라도스의 얘기를 좀 더 보고 싶기도 함.

정식 후속작보다는

서로 세계관이 이어지는 다른 시리즈에서

(하프라이프라든가)

둘 다, 또는 둘 중 하나가 카메오로 등장하고

서로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한다거나...

 

근데 저 밸브라는 회사가

3이라는 숫자를 모르는 곳으로 유명해서

하프라이프 3편도 불투명하다 보니

(3편 말고 다른 신작은 새로 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