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비 분위기도 그렇고
뭔가 후텁지근한
여름에 주로 생각나는 곡인데
(습도도 높고 분명 덥긴 한데
에어컨을 켜자니 그건 좀 아까워서
선풍기 돌려놓고 그 바람맞는
대충 그럴 때)
(그리고 어디 물놀이 가고는 싶은데
귀찮기도 하고 여건상 못 가니까
대충 홈캉스 비슷한 걸로 때우고 있을 때)
정신 차리고 보니...
여름이 다 뭐야?
추석까지 지나고 10월이 돼버려서
좀 열받은 상태로 이 글을 올림.
저번 '너랑나랑노랑'처럼
(※ 봄에 어울리는 노래라서
일부러 봄 올 때까지 포스팅 미뤘음)
또 계절 맞춘답시고
내년으로 미루기 싫으니까.
...뭐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날까?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나는 내가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프라이머리의 곡들을 좋아하는 거 같다
지금까지 이 카테고리에
글을 20여 개 썼는데
그중 세 개가 프라이머리 곡이니까.
그리고 아직도
올리고 싶은 곡이 더 있음
우선 씨스루라든가
(씨스루는 진짜 갓스루)
(다듀+자이언티+프라이머리
이렇게가 진짜 갓조합이었는데ㅠㅠ)
미스터리라든가...
ㅍ절 문제 때문에
심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려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으면 이 곡을 가장 먼저 올렸음
프라이머리 곡 중에 최애곡이라서...
(이 곡은 진짜 지금 생각해도 속상하다
원작자 허락받고 리메이크를 하지...
보니까 그 원곡도 버전 여러 가지 있는 게
원작자가 리믹스나 리메이크에
그닥 빡빡하지 않은 거 같더만)
어째 벌써부터 딴소리가
줄줄 나오고 있는데
그만큼 프라이머리의 곡들을 좋아함
적절히 흥겹고
(Slow Down같은 잔잔한 곡도 좋아하지만,
역시 내 근본은 흥겹고 신나는 곡임)
세련됐고 감각 있고
유행을 안 타니까.
특히 이게 중요.
아이돌 곡이든 타 장르 곡이든
일단 생각나서 찾아 들은 다음
그 곡 나온 날짜 확인하고
'와 이게 벌써 *년 전 곡이야?'
(저 *가 두 자리가 되기도 함)
하고 놀랄 때가 많은데...
뭐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님.
좋은 의미로 반갑고 정겹기도 해.
추억팔이가 덕분에
오히려 더 가산점이 붙기도 하고.
그래도 역시 어딘가
좀 신경 쓰이고 씁쓸한 구석이 있는데
프라이머리의 곡을 포함해서
몇몇 곡들은 그런 게 없어서 좋다
몇 년 전에 나왔든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든
그게 뭐 어쨌냐 싶고
그렇다고 클래식이나 올드팝처럼
너무 까마득한 옛날도 아니어서
그렇게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느낌도 안 들고
곡 분위기가 내게 너무 어렵거나
튀거나 낯설지도 않고 암튼 좋음.
이거랑 장르나 느낌 비슷한 곡 중에서도
'와 벌써 그때부터 시간이~'싶은 게 있던데
왜 다를까? 비결이 뭐지?
...걍 내 취향에 맞아서
좋은 것뿐인데
괜히 이것저것 이유와 명분을
더 갖다 붙이고 싶은 건가
뭐 아무튼간에...
뮤비 얘기를 하자면,
(저 앞에 [뮤비]라고 적어놨듯이
이 곡은 노래도 좋긴 하지만
뮤비가 맘에 들어서 곡이 더 좋아진 경우)
색감과 소품도 좋고
모델 분도 예쁘고,
재간 넘치는 손 친구(?)도 맘에 들고,
시종일관 멍 때리는
머머리 상사님 까지도 귀여운(??)데
'네일 했어'라는 말에 담긴
그 뉘앙스나 의미를
정말 잘 담아낸 거 같아서
그게 특히 좋다.
손톱을 꾸민다는 게,
다 꾸민 모양 자체도 예쁘지만
꾸미는 과정에서
정성과 시간이 되게 많이 들어가니까
호사스러운 그런 게 있거든.
굽는 젤네일이나
붙이는 네일은 좀 다를 수 있겠지만
바르는 매니큐어는
바른 게 다 마를 때까지
싫든 좋든 무조건 기다려야 하니까.
다른 데 묻지 않게 손으로 암것도 안 하고.
샵에서 남이 대신 손질하고 발라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집에서 셀프로 할 때도
-우선 이런저런 밑준비
(손톱 주변 각질 정리, 손톱 끝 모양은 물론
표면도 맨질맨질하게 다듬고 기타 등등)
-베이스 코트를 바르고 마를 때까지 기다림
-밑색 바르고 마를 때까지 또 기다림
-발색 더 잘 나오게 덧바르고 또 기다림
-글리터나 큐빅이나 기타 나부랭이를 얹고 또 기다림
-탑코트로 마무리, 또 기다림
-칠한 게 삐져나왔다든가 그런 걸
면봉과 리무버로 정리
대충 이런 과정을 거치는데...
뭐 베이스, 탑코트 다 생략하고
색깔만 한두 번 칠하고 만다고 쳐도
여튼 기다려야 하고
그 시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함.
제대로 다 말리려면 몇 시간은 걸리고
그 시간을 좀 앞당겨 보려고
그 뭐더라... 이름 까먹었는데
하여튼 용액을 한두 방울 뿌리기도 하는데
그래도 어쨌든 기다려야 함
되게 조심조심 손가락의 살 부분만 써서
노래나 영상 같은 거 켜놓고
하염없이 멍 때리고 있는 거야
여름이면 선풍기 바람 같은 거 맞으면서.
이러면 그나마 빨리 좀 마를까 하고.
되게 심심하고 근질거릴 때도 있지만
(펜도 못 잡고 키보드 치기도 조심스러우니까)
보통은 진짜 느긋해짐.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작정하고
몇 시간 비워놓고 시작하는 거라서
할 일 전부 어디 치워놓고 멍 때리는 거라
직장이나 집을 저기 먼 데다 두고
여행지 숙소로 잠시 도망 온
휴가 여행과 진짜 비슷한 기분이 듦.
기다릴 만큼 기다린 후
다 완성된 걸 보면
진짜 웬만큼 망한 게 아니면
(근데 그만큼 망했으면
진작 리무버로 지우고 다시 발랐지)
제법 이쁘구요ㅋㅋㅋ
머리도 진짜 개떡같이 해놓고
목 늘어난 티셔츠+수면바지를 입고 있어도
손톱 부분만 보면
뭔가 각 잡고 꾸민 거 같아서 흐뭇함
:)
본체(?)를 다 가꾸려고
뭐시기 클리닉 다니고 샵가고 쇼핑하고
이렇게 하는 건
비용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벅차니까
손 하나라도 뽀짝대며 그래 보는데
나름 만족스럽거든
손과 손톱이 축소된 나 같으면서...
그 오묘한 기분을
저 뮤비가 진짜 잘 표현해 준 거 같음.
지금은 유행 제법 지나서
쓰기도 살짝 민망한 '소확행'이란 단어에
딱 들어맞는 거지
저 "네일 했어"라는 게.
네일뿐만 아니라
뮤비 중반 이후부터 보이는
'저번에 되게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는데
그건 내가 그런 게 아닙니다 내 손이 그랬어요'
요런 부분도
묘하게 공감 가서 좋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네일에 대해
이것저것 써놓기는 했지만
사실 요새 난 네일아트를 거의 안 한다.
샵에서든 집에서든.
한때 셀프 네일에 꽂혀서
색을 30여 가지 넘게 모으기도 했는데
그걸 다 쓰기는커녕 반의 반의 반도 안 쓰고
모은 거 중에 일부는 남들에게 넘겨주고
일부는 아직도 방에 있긴 한데
방치한 지 오래임.
손을 많이 쓰는 일을 해와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손에 뭘 묻히거나
씌우는 걸 싫어해서.
그래서
손으로 잡고 뜯어야 하는 음식도 그닥 안 좋아함
그렇게 먹어야 더 맛있는 건 알지만
손에 뭘 일부러 묻힌 후 다시 닦는 게 싫어서.
특히 기름이나 육즙 종류가.
게다가 그렇게 묻은 건
휴지나 물티슈로 닦아도 뭔가 닦은 거 같지 않거든
비누로 다시 제대로 씻어야지...
그래서 치킨도 웬만하면 순살로 고르고
족발도 고기만 잘라져 있는 건 좋아하는데
붙잡고 뜯어야 하는 건 별로.
갈비도 솔직히 그닥. 뼈 있는 닭발도.
맛은 있지만 먹는 과정 때문에...
장갑도 웬만하면 안 낌.
사실 손에 뭐가 묻는 것보다 이쪽이 더 싫음.
갑갑한 것도 있지만
그... 손가락 부분에 미묘하게 공간 남는 거
그게 기분 나빠가지고.
차라리 맨 손을 쓴 다음 씻는 게 낫지
그리고 비닐장갑 끼고 먹어도
뭔가 여전히 미끌미끌하던데?
요리할 때나 뭐 먹을 때 끼는 거 말고
추울 때 끼는 그냥 장갑도 별로고
고무장갑도 끼기 싫어서
락스 쓸 때 말고는 웬만하면 걍 맨손으로 하고
핸드크림 바를 때도
다 흡수되기 전까지 개열받고
(대신 다 흡수된 후
매끄럽고 부들부들해지는 건 되게 좋아함)
핸드크림 말고 다른 크림도 마찬가지고
사실 반지 같은 것도 되게 성가시고
손에 반창고 붙이는 것도 거슬리고
여튼 손에다 뭔 짓거리 하는 거 싫음
이래 놓고 잘도 셀프 네일에
관심을 가졌었구나 싶은데
손이 아니라 손톱이라서 그랬나?
게다가...
네일을 기피하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언제였더라... 아무튼
밥하려고 쌀을 씻었거든?
다 씻고 전기밥솥에 앉히고
대충 놀고 있었더니 밥이 다 지어졌음
그래서 주걱으로 뒤적뒤적해주려고
부엌으로 가다가 눈치챘는데
왼손이었나 오른손이었나 암튼
넷째 손톱에 발라 둔
네이비 색 네일 한 귀퉁이가
뭉텅 떨어져 나가 있었던 거야
분명 아침에는=밥 짓기 전까지는
전부 멀쩡했거든?
쌀 씻는 거 말고는
네일이 그렇게 갑자기 왕창 떨어져 나갈 만한 일도
전혀 안 했고. 계속 TV만 보고 있었나?
암튼 그랬음
그래서 되게 쎄해가지고
우선 밥솥 안을 다 헤집어 봤음.
네일 조각이 안 보여
싱크대 수채 구멍도 확인해 봤음
거기도 없어
떨어져 나간 크기를 봐서는
분명 거기 수채 망에 걸려있어야 하는데...
그것보다 더 작은 쌀알도 걸려있구만.
여기 없으면 가장 유력한 장소는
역시 밥솥 안인데 거기도 없고...
뭐지?
대체 어딜 갔지?
(귀신을 별로 안 믿는 사람으로서
귀신얘기 보다 이런 게 훨씬 더 무섭다)
밥풀 틈에서라도 상관없으니까
차라리 어디서 발견하면 좀 나았을 텐데
나 포함 가족들이 그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시퍼런 네일 조각은 끝까지 안 나왔고
(근데 누군가 모르고 삼켰을 수도 있음
가족들에게 대놓고 털어놓질 못해서...
평소에 엄마가 손톱에 뭐 바르는 거 보고
ㅈㄹ염병하지 말라고 해서
말했다가 왕창 욕먹을 게 뻔했거든)
그게 너무 찜찜한 나머지
트라우마 비슷한 것까지 생겨서
네일아트에 괜히 정이 뚝 떨어져 가지고(?)
...뭐,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귀찮아서 안 하는 걸
그거 핑계 대는 거 같기도 한데
어쨌든 그 이후로 점점 횟수를 줄이다가
요 몇 년 간은 손톱에 뭘 발라본 적이 없음.
가끔 겉표면만 맨질맨질하게 갈아주거나
영양제나 좀 발라주는 정도.
집에 남은 게 아까우니까
가끔은 발라줘야 할 텐데 싶지만서도
역시 안 함.
......
뭔 얘기를 하려다
얘기가 여기까지 흘러왔지?
아, 그렇지
이제 내 손톱에 직접 바르는 건
잘 안 하게 됐지만
그래도 네일에 대한 낭만 비슷한 건
아직도 남아있어서
여전히 저 노래를 좋아한다
그런 말을 하고 싶었음.
본체가 맘껏 호강받는 건 어려우니까
손톱으로 대신 만족하는 것처럼,
직접 손톱에 뭘 바르는 건 귀찮으니까
저 노래를 들으면서
그 기분만 느끼며 대신 만족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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