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래나 가수/WPOP

[뮤비] Dido - Thank You (그리고 Stan)

 

 

 

 

디도라고 읽는 거야?

다이도라고 읽는 거야?

했는데 찾아보니까

다이도라고 읽는 모양이다

 

암튼...

 

순전 노래만 듣고 가사만 읽으면

조금 하루가 힘들어도

누군가를,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지금을 감사하는

따뜻하고 예쁜 노래인데

(특히 후렴 부분이)

 

뮤비랑 같이 보면

뭔가 약간 느낌 묘하다.

 

가사 중에

'지금 집이 무너지더라도

나는 눈치채지 못할 거'라는 부분

하필 그 부분을 가지고

뮤비를 만들어서 말이지...

 

게다가 이 곡을 가져왔던

에미넴의 Stan곡을 떠올리면

더 묘해짐.

 

그래도 역시

따뜻하고 예쁜 노래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사실 나는 이 노래를

꼭 뮤비 때문만이 아니어도

(물론 뮤비 내용 때문도 있긴 하지만.

결국 집은 철거됐고 주인공은 혼자 떠남)

 

살짝 우울하게

들을 수밖에 없는데

 

이곡을 알게 된 계기가

에미넴의 그 'Stan'이기 때문이다.

 

 

그쪽 뮤비는 진짜...

우울함을 넘어서 섬뜩한데

(가사에 서스펜스와 반전도 있고)

그 와중에도

'여자분 목소리 좋다 누구지?'

하면서 이 곡을 찾았거든.

 

(이런 식으로

찾아본 사람이 아주 많았다카더라

그래서 다이도는 그 후로

영국의 국민가수로 발돋움하고...)

 

 

워낙 그쪽 뮤비가 참담해서

원곡이 원래 이런 곡이라는 걸 안 다음

뭔가 안심까지 됐음.

'와 여자분 이쪽 세계(?)에서는

그래도 무사하시구나ㅠㅠ'

라고.

 

원래 순서대로라면

'어떻게 에미넴은

저 <고맙다>는 노래 가지고

그런 발상을 해서 저런 곡에 넣었을까'

하고 식겁해야 하는 건데 말이지.

 

...물론

지금도 좀 식겁하긴 함

ㅎㅎ;

 

 

근데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Thank you가사를 다르게 곱씹어보면

Stan과 한 끗 차이인 거 같아서.

 

 

누군가 덕분에

우울한 게 다 괜찮아질 정도라면

반대로 그 누군가가 사라지면

끝없이 우울해질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우선 Thank you의 화자도

Stan의 스탠리도

가사 속 첫 부분은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꿀꿀한데

벽에 걸린 누군가의 사진을 보고

'괜찮아, 나쁘지 않아'

라고 생각함.

 

두 사람 다

기본적으로 우울을 깔고 있고

위로가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긴 함.

 

 

다만 이다음

Thank You의 화자는

그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추운 날 집에서

그 사람에게 수건을 건네받아

행복하고 고맙다고 생각하는데

 

Stan은

(상대가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바라던 전화통화를 못했고

추운 날 오래 기다렸는데도 외면받아서

그 좌절감에 빡쳐서 막나가게 됨.

 

 

만약

스탠이 가사 속에서 주장한 대로

(Thank you의 화자랑 비슷하게)

슬림과 짧게나마 전화통화를 해보고

추운데 오래 대기탔던 그 날에

슬림에게 따뜻한(?) 관심 좀 받았다면

 

Thank You 루트(??)를 타서

다른 결말이 나왔을까?

 

 

음......

 

 

에미넴이 곡을 만든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겠지만.

 

(스타에게 너무 자기 이입하고 의존하는

과몰입 팬들에게 보내는 뼈 깊은 교훈이 있음

아예 가사 마지막에 대놓고 충고를 함)

(그러니까 '내가 스탠에게 더 잘해줄 걸'이 아니라

'늬들은 스탠처럼 되지 말라 이말이야'

이쪽이 곡의 의도에 가까울 거.)

(진짜 스탠 여친이랑 아이는 무슨 죄냐

아무리 가사 속 상황이라도ㅠㅠ)

 

 

그럼 반대로

Thank you쪽 화자를

다르게 곱씹어보면...

 

'너밖에 보이지 않아

당장 집이 무너져도 눈치 못 챌 거야

네가 곁에 있으니까'

 

물론 이건, 그냥 네가 좋다고

살짝 오버 좀 섞은 얘기겠지만,

 

만약 정말로

집이 당장 무너지게 생겼는데

너만 있으면 그만이야하고

눈치를 못 채거나 그런 척한다면

그것도 좀 위험한 거 아닐까

 

그리고

어느 날 그 고마운 사람이 사라지면

그땐 어떻게 돼?

 

아닌 게 아니라 무비를 보면

집안 물건들이 계속 옮겨지는데

주인공은 그걸 쭉 무시하다가

결국 강제로 끌려 나오고 집은 철거돼서

짐보따리 약간만 들고 떠나게 되는데

 

뮤비 마지막까지 가사에서 말한

그 '고마운 사람'은 나오질 않음.

잠시 자리를 비운 건지,

헤어진 건지,

원래 첨부터 없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굳이 찾자면

가수가 후렴 부르면서 바라보는

그 카메라 너머의 사람들이

고마운 사람들일 수도 있겠지만서도

 

어쨌든

집은 무너졌고 주인공은 혼자 떠남.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의 도움도 못 받고.

 

 

만약 뮤비가

이런 내용이 아니었다면

이런 생각까지는 안 들었겠지만

 

여기까지 보니까

어쩌면 곡의 화자가 처음부터

뭔가 현실 도피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주변을 무시하는 뮤비 속 주인공처럼

우울하고 힘든 원인은 놔둔 채,

'오늘도 네 덕분에 괜찮아졌어'라고

두리뭉실 넘기기는 거 아닐까

 

스스로는 행복하다는데

사실은 좀 위태로운 거 아닐까

누군가에게 너무 기대는 거 아닐까

 

그러다 삐끗해서

나중에 스탠처럼 되는 거 아냐?

 

 


 

 

하지만 그래도

 

후렴구 곡조가 밝은 것처럼

Thank you 뮤비에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믿고 싶음.

 

지금 자기가 하는 말을 들려주고픈 사람이

바로 근처에 없는 건

두 뮤비 모두 마찬가지지만,

 

 

Stan은

상대를 원망하고 미워해서

자기 자신도, 애먼 여친과 아이까지

돌이킬 수 없게 만들었는데

 

Thank you의 주인공은

(비록 그 대상은 불분명해도)

고맙다고 생각하며 말할 수 있어서

해피엔딩은 못 됐어도

비극은 피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집이 없어져서 막막하긴 하겠지만

돌아다니며 찾아보면 어떤 방법은 있겠지.

주인공이 집을 보며 오열하거나

근처에서 미련스레 서성대지 않고

그냥 가는 걸 보면

집이 그렇게 돼서 차라리

후련해하는 구석도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울거나 짜증내고 싶은 순간에

'고마워'라고 후렴구를 대신 불러서

넘겼던 것도 같고. 혼자서라도.

 

아무튼

자길 추스를 기운은 있어 보임.

스탠처럼 자멸해버리지 않고.

 

 

...이런 식으로

내 멋대로

이것저것 덧붙여 생각하니까

Thank You의 후렴 부분이

좀 더 따뜻하게 들렸다.

 

듣는 사람이 있든 없든,

스스로 그런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알려주려는 거 같아서.

 

 

뭐, 사실

가사 맥락이니 뮤비 내용이니

전부 무시하고,

그냥 저쪽이 자꾸 영어로 고맙다고 하니까,

본 적도 없는 웬 외국인이 나에게

밑도 끝도 없이 고맙다고 말 거는 거 같기도 하고?

길에서 프리허그 하자는 사람처럼.

ㅋㅋㅋㅋㅋㅋㅋ

 

 

다이도는 그냥 예쁜 러브송을 만들었고

뮤비 감독은 가사 한 구절로

그저 좀 독특한 뮤비 찍으려고 했던 것뿐인데

나 혼자 괜히 이래저래 엮어가며

확대 해석한 걸지도 모르지만

 

여튼 결론은

나한테 힐링되는 노래이자

뮤비.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

비슷한 상황일 때

원망하는 사람보다는

고마워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자.

 

...뭐, 말이야 쉽지

실제로는 어렵지만.

 

 

 

ps.

Thank you 뮤비를 보고

처음엔 좀 어리둥절해했지만

만약 가사 그대로 그저 연인과 꽁냥대는

말랑말랑한 내용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다시 곱씹지는 않았겠지

 

 

ps2.

어쩌면 Stan 뮤비가

Thank you의 후속 편이라서

Thank you의 주인공이

스탠리 여친과 동일 인물이라

 

자기 남친이 그런 인간인 줄 아직 모르고

집 부서지는 현장에 안 나타나던 사람을

계속 좋아하고 고마워하다가

(여기까지가 Thank you시점)

남친 집에 새로 얹혀살게 됐는데

 

결국 Stan의 빡침에 휘말려서

그렇게 된 거 아닐까...

라는 상상도 잠깐 해 본 적 있었는데

 

으와 너무 싫다;;;

 

취소취소

그거 아닐 거야ㅠㅠ

Thank you 주인공은

걍 지 갈 길 갔어

Stan이랑 만난 적 없음

연기자만 똑같지
(둘 다 다이도 본인이 연기함)

서로 다른 사람이야

ㅠㅠ

 

 

ps3.

사실 Stan도 좋아함. 뮤비도 곡도.

스산한데 아주 잘 짜인 영화나 문학 같아서.

원래 괴담이 오싹한 맛이 있지...

(곡에 래퍼 곡 특유의 간지도 묻어있고)

 

원래 처음엔 이쪽을 더 좋아했음.

Thank you는

나이 좀 더 먹은 다음에 추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