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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나 가수/WPOP

[WPOP] 영화 시카고 OST - I Move On + 잡썰

 

 

뮤지컬 시카고 말고

그 뮤지컬을 기반으로 만든

2003년 영화

(그렇게 오래된 영화였어?!

이번에 찾아보고 깜짝 놀람;;;)

시카고의 OST

 

I Move On.

 

노래는

벨마 역의 배우 캐서린 제타존스와

록시 역의 르네 젤위거가 불렀다

 

쥰내 파워 쩌는

전투 여왕님 목소리가 벨마고

나른한 고양이 같은

목소리가 록시임

(둘 다 개좋음)

 

이 노래는 영화 중간에 안 나오고

다 끝나고 스텝롤 올라갈 때 뜨는

엔딩송인데

 

원작 뮤지컬에서도

이 노래를 부르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까놓고 말해서

나는 뮤지컬을 그닥 안 좋아한다.

 

원래 찾아가서 보는 공연 문화는

귀찮고 성가시고, 그리고 여튼 뭔가...

하여간 나한테 안 맞아

 

근데 뮤지컬은

그런 거 말고도 진입장벽이 하나 더 있음.

현장에 가서 보는 게 아니라

실황 영상이든 뮤지컬 기반 영화든

편하게 집에서 보더라도

약간 두드러기처럼 올라오게 만드는

그런 거.

 

 

왜......

 

왜 거기서

갑자기 노래를 부르지?

그냥 말로 하면 안 돼?

 

 

나는 이 부분이 언제나 늘

엄청나게 너무 신경 쓰여가지고...

디즈니 애니를 보던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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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특히 견디기 힘든 건

송스루인가? 그거.

모든 대사가 노래인 거.

 

 

평소에는 평범한 대사 하다가

중간에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독백처럼 혼자 노래 부르는 건

그래도 좀 괜찮음.

(이건 송스루라도 괜찮음)

그냥 그 사람이 감수성이 엄청 풍부한데다

삘받으면 자기 행동 주체를 못 하는

그런 성격이라고 셀프 납득하면 되니까.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나

여러 사람이 같이 부르는 건 오글거리는데

그때는 잠깐 소름을 참고 견딤.

송스루가 아닐 경우에는.

 

 

근데 송스루 그거는...

그냥 지나가는 엑스트라 A도,

되게 짧게 주고받는 대화도

쓸데없이 고급진 발성으로

굳이 멜로디를 넣어가며 불러대는 게

뭔가 재능 낭비(?)인 거 같으면서도

비효율적인 데다 작위적으로 느껴져서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싶어도,

저런 장르라고 머리로 이해하고 있어도,

 

'대체... 다들 왜 저러지?

왜 굳이 저러지?

집단으로 뭐에 감염됐나?'

 

막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야

하여튼 적응이 안돼.

 

픽션인 건 알지만 너무 비현실적이잖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노래로만 소통하는 게...

진지한 분위기면 몰입이 안 되고,

유쾌한 분위기면 그거대로 부담스럽고...

 

게다가 송스루는

장면 대부분이 그런 식이니까

도망치거나 참거나 쉴 수 있는 부분이 없잖아

 

그래서 그냥 막...

되게 근질근질거려하면서

딴생각을 하거나 그러는 거지 뭐;

 

 

SF나 판타지나 코미디 장르에서

오만가지 황당한 게 튀어나와도

(완성도 엄청 떨어지는 망작이 아닌 이상)

잘 적응하면서,

개연성과 논리 다 말아먹은

병맛도 되게 좋아하면서

 

어째 나는 이런 게

엄청 견디기 힘들더라고

나만 이런가?

;;;

 

 

 

 

근데

그 '노래로 대사하기'부분만 빼면

뮤지컬이라는 게 되게 매력적임.

특히 영화가.

 

우선 인기 뮤지컬을 기반으로 했으니

스토리, 캐릭터가 검증돼있고

(검증된 걸로도 말아먹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원작 뮤지컬의

의상, 분장, 무대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시각적으로 되게 풍성하거나 강렬함.

사진 찍을 때 무슨 효과 필터 적용한 것처럼(?)

 

하지만 무엇보다도

노래가 진짜 좋아

스토리랑 이어지니까

여느 OST보다 몰입도 훨씬 잘 되고,

보통 곡조가 드라마틱하고 진하단 말이지

슬픈 곡조든 기쁜 곡조든.

그래서 귀에 더 착착 붙고...

 

 

그래서 뮤지컬 영화를

장르 하나 때문에 덮어놓고 거르진 않고

적당히 입소문을 살펴서 본 다음에

간질간질한 부분만 견디는 식으로 봄.

 

포기하기엔 아까우니까.

다른 장점이 워낙 많으니까.

 

그래서

뮤지컬 장르의 특성은 좋아하진 않지만

뮤지컬에 쓰인 곡들은 엄청 좋아하고

특유의 약간 과장된 듯한 분위기도 좋아하고

배우를 포함해서

업계 관계자 분들도 되게 존경함.

그 장르 팬들도 이해하려고 하고.

 

누군가는

민트초코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다른 누군가는 좋아하는 것처럼

이것(=갑자기 노래로 대사 치는 거)도

그거랑 비슷한 거겠지...

 

 

※ 참고로 난 민초 좋아함

 

 

 


 

이제

영화 시카고에 대해서

썰을 풀자면...

 

이 영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TOP3 안에 드는 영화다.

 

뮤지컬을 별로 안 좋아하는 데도

이 뮤지컬 영화를 엄청 좋아함

 

 

왜냐면.....

 

 

...그 이유를 전부 다 여기다 적으면

음악 관련 포스팅이 아니라

영화 감상 겸 분석 논문이 될 거 같으니

(실제로 좔좔좔 적었다가 지움)

 

굉장히 간추리자면

 

저 위에 적어놓은 '진입장벽'이

이 영화에는 없음.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노래와 무대 씬은

맨 처음과 마지막 부분 빼고는

전부 주인공 록시의 망상인 걸로 처리돼있거든

(또는 그렇게 보이게끔 연출했음)

 

그러니까

 

갑자기 등장인물이 화려하게 차려입고

요란한 무대 위에서 둠칫둠칫 춤추며 노래해도

 

'다들 왜 저래?'가 아니라

'아하, 록시가 또 망상질을 하는구나'

하고 적당히 납득(?)하면서

그 노래와 무대 자체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거.

 

그래서

내가 평소 뮤지컬 영화에게 느끼던

거부감을 쑥 뺀 채 장점만 취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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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무대 연출들이 진짜 멋있어.

매 순간순간 좋아서 오싹함

 

또, 일상 파트(?)도 루즈하지 않고

스피디하게 착착 넘어가고

 

극 중 캐릭터들 성격도 너무 맘에들고

(특히 두 주역이 서로 개성이 너무 다른데

그래도 둘 다 좀 못된 인간들이라 재밌음ㅋㅋㅋ)

배우들 연기도 노래와 춤 실력도 좋고

목소리랑 외모가

그 배역에 엄청 잘 어울리고ㅠㅠ

 

(개인적으로 르네 젤위거가

언론 앞이나 무대에선 백치미 보이다가

문득 허스키한 목소리로 본색 드러내는 거

그 부분이 되게 좋음)

 

스토리가

현실의 어떤 씁쓸함을 코믹하게 비꼬는 거라

이런 점에서도 내 입맛에 맞고

 

전체 분위기가

약간 어둡고 섹시한 것도 좋고.

슬프고 어두운 게 아니라, 악당스럽게.

ㅋㅋㅋㅋㅋㅋㅋ

 

재즈라는 장르 자체도

둠칫둠칫 흥겨워서 좋고,

그래서 OST 중에

버릴 노래가 단 하나도 없고...

 

 

...간추린다는 게

점점 또 길어지고 있네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로

굉장히 좋아하는 이 영화의

수많은 명곡들 중에서

 

왜 하필,

딸려있는 무대 영상이 없는

저 <I move on> 하나만 골라서

여기에 올리냐면,

 

그리고 왜 이 노래가

영화 시카고 OST 중에서

내 최애 노래냐면,

 

아무래도

가사 때문이겠지.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대충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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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지지고 볶는 과정을 거친 끝에

주인공 록시는,

홧김에 사람을 총으로 쏴 죽였는데도

사형당하지 않고

 

'그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가련한(그리고 예쁜) 사형수'로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해서

언론과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교도소에서 나옴.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원래 꿈이었던 재즈가수로 데뷔해서

성공해야지 했는데

 

(애초에 록시가 사람을 쏴 죽인 것도

그 상대방이 데뷔시켜준다 사기 치면서

같이 바람피우다가 '그거 뻥인데ㅋ'이래서

빡쳐서 그랬던 거였으니까)

 

하필 록시가 나온 바로 직후에

어느 부잣집 따님이

길거리에서 권총을 난사했나,

길은 아니고 그냥 사람을 쏴 죽였었나?

여튼 또 살인사건이 일어남.

 

그리고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순식간에 그리로 쏠림.

동시에 록시는 벌써 관심 밖이 돼버림.

그래서 데뷔 계획 실패.

 

(너무 착한 호구 남편하고는

어떻게 됐더라...

록시 쪽에서 씅빨부려서 깨졌나?)

 

그래서 결국...

 

 

 

 

록시는

목숨 건진 거 하나 빼고는

그 사건으로 크게 얻은 거 없이

재즈 클럽인지 거기에서 오디션을 보고

시큰둥한 반응 속에서 탈락하는데

 

한때는

동경하던 롤모델=성공한 재즈 가수였지만

교도소 안에서는 서로 웬수처럼 싸웠던

벨마랑 우연히 마주침.

교도소에서 나오면서 가진 돈을 다 썼는지

(+그새 가수로서도 퇴물이 됐는지)

신세가 많이 처량해짐.

 

그리고...

 

잃을 것도, 가릴 것도 없어진 처지의

록시와 벨마 두 사람은

같이 뭉쳐서 팀을 짜기로 하고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인 사형수 출신 미녀들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모였다'

는 화제성 덕분인지(?) 성공적으로 데뷔.

 

하필이면 기관총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공리에 무대를 마친 후

"고마워요 사랑해요 다 여러분 덕이예요♡"

이러면서 영화 끝.

 

그리고 스텝롤 올라가면서

이 <I move on>이 흘러나오는데

가사가 대충 이러함.

(확실친 않지만. 영알못인데다

이 곡 가사 번역을 되게 예전에 봐서)

 

 

삶은 거칠고 위험해서 힘들지만,
희망도 걸기 힘든 시궁창 같은 상황도 오겠지만,
그래도 우린 계속 움직인다
누가 총을 쏴도 움직이면 쉽게 못 맞출 테고
인생은 마라톤이니까, 내 발만 믿고 계속 뛴다

 

 

솔직히, 록시도 벨마도

그렇게 도덕적이고 선량한 인물들은

아니기 때문에

 

(꿈을 위해서라고 해도 몰래 낄낄대며 바람 폈고

감옥에 들어가서도 남편 더 벗겨먹고 떠난 록시와

처음엔 록시 개무시했다가, 쫄리니까 비굴해졌다가

록시의 약점 찾아내자 써먹으려고 했던 벨마)

 

그거랑 엮어서 생각하면

교훈적이라기보다는

뭔가... 각자 반성할 생각은 전혀 없고

자기 합리화나 열심히 하는 듯한

그런 가사인데ㅋㅋㅋㅋㅋ

 

(실제로도 이 노래를 두고

'얘들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

식의 반응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두 사람 모두

피해자로서 그때 총을 쏠 이유가 있긴 했고

생존을 걸고 필사적으로 버둥댔으나

결국 대중과 언론의 변덕 때문에

차갑게 외면받은 약자였으며

 

그럼에도 포기 못 할 만큼

자기 꿈을 사랑하고,

앞으로의 인생도 포기하지 않음.

 

이런 걸 생각하면

역시 저 힘찬 곡조의 노래에서

와 닿는 점이 많다.

 

훈훈한 감동 성장물 캐릭터가 아니라

엔딩까지 개차반 같은 과정들을 거쳤던

저 두 인물이 불러서 그런지

묘하게 더 설득력 있는 거 같거든.

막연히 뜬구름 잡는 명언이 아니라

경험담에서 우러나는 말을 들은 것처럼.

 

마냥 반짝반짝 몽글대는 희망이 아니라

약간 까실하고 쌉싸롬한(?) 다짐이

느껴지는 노래.

 

과거에 뭘 겪었고

앞으로 뭘 겪게 되더라도

계속 움직이자.

 

 

 

 

ps.

사실 꽤 예전부터

이 노래와 영화가 종종 생각나곤 했다

 

특히

기껏 록시가 살아서 나왔는데

그동안 한껏 몰려있던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다음 떡밥을 따라

한순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그 허망한 부분이 말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선량했던 인물들이

가장 불행했다는 것도 그렇고.

(곧이곧대로 속아서 이용만 당한 록시의 남편이나,

자기변호는커녕 말조차 안 통해서

누명 쓰고 억울하게 사형당한 헝가리 여자라든가)

 

하지만 어쨌든

주인공 록시와 그 동료 벨마는

나름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음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두 사람이니까

분명 앞으로도

어떻게든 계속 갈 길을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