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유명해서 인용하기도 뻘쭘한
어린 왕자의 한 구절.
자길 길들인 사람이
오후 4시에 온다면 3시부터 설레발치겠다는
여우의 얘기다.
그럼,
나이 먹을 만큼 잡숴 놓고서
작년 여름(늦봄?)부터
난생처음으로 본격 아이돌 덕질을 시작한
(그것도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에게)
나 녀석은 어떤가 하면
그러하다.
(※ 하트는 클리커 앱으로 누름)
작년 이맘때쯤에는
V앱이 뭐 하는 건지도 몰랐는데 말이지.
그밖에
음악중심과 인기가요가
무슨 요일 몇 시에 하는지는 물론이고
어느 게 스브스고 어느 게 엠본부인지도 몰랐던
(그닥 알고 싶지도 않았던)
과거랑 다르게 이제는
엠넷 - 엠카 - 목요일
아리랑 - 심플리 - 금요일
엠본부 - 음중 - 토요일
스브스 - 인가 - 일요일
(기타 :
케이본부 - 뮤뱅 - 뭘 모르는 놈들)
각 방송국마다 카메라 성향을
쓸데없이(재미로) 분석하고 있으며
단골 음원사이트 딱 한 군데서
음원 파일만 사고 그나마도 pc에 담아서
사골처럼 우려먹던 사람이
3사 월정액 스밍 이용권 질렀고
공기계 3개 켜 두면서 겸사겸사
뵤뷰랑 같은 회사 분들 것까지
같이 스밍 돌리고
저번에 산 시그 다이어리에다
(구분 쉽게 하려고...라는 핑계 대면서)
중성펜 색깔 바꿔가며 스케줄 적고 있음.
하나는 그린펄, 하나는 다크블루
......
정작 또래 친구들이
한창 아이돌 덕질하던 10대 때는
(중2병에 휩싸여서)
뭔가 좀 다르고 싶다며 JPOP위주로 듣고
한국 곡도 일부러
비아이돌 쪽으로만 골라 들었는데 말이지.
그 당시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되게 쌉정색하겠지?
미안하게 됐다
과거의 나.
사실 지금도 불쑥불쑥
(특히 주울 떡밥이 너무 많아서 소화가 안될 때)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현타가 오곤 한다.
아니 솔직히 이건
현타라기보다는 게으름 피고 싶어서
찡찡대는 거에 가깝지만.
'나는 원래 이렇게
맨날맨날 뭘 기록하던 사람이 아닌데ㅠㅠ
유행이고 나발이고 귀찮으니까
영화도 몇 개 빼면 고전 영화 위주로 보고
소설도 신간 베스트셀러는 일부러 거르고
예능도 내킬 때만 쥰내
vod로 한꺼번에 몰아서 봤는데.
대충 윈도 카드게임 같은 거 하면서ㅠㅠ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뭐 하는 거야 요즘 대체'
근데 또 떡밥을 보면
속없이 좋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덕질은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긴 한다.
여기까지 길들여진(?) 사람의 경험담으로서
이건 확실히 장담할 수 있음.
어떤 부정적인 감정이든 생각이든
하루 이상 가질 않거든.
새 떡밥을 보든, 쟁여둔 영상을 다시 보든
노래를 듣든, 시그 다이어리 뒤쪽 사진을 보든
스밍하던 공기계들 캐시 지우고 재부팅시키든
최애와 관련된 어떤 행동을 하면
머릿속이 좋게좋게 리셋이 됨.
문제는 너무 리셋돼서
뭘 하려고 했는지도 까먹는다는 거지만.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놓고 까먹거나
전자레인지에 뭘 돌려놓고 까먹거나
머리 감고 안 말린 걸 까먹거나
텀블러 뜨신 물 담아놓고
뚜껑 닫는 걸 까먹거나<-이건 방금 있었던 일)
너무 잘생긴 사람을 보면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다...는 건
그냥 누가 만든 주접문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이 밑에
뭔가 더 적으려고 했는데
(대리만족이라든가 이런저런 얘기)
벌써 5분 아니 4분밖에 안 남았네?
창단식 봐야 하는데?
글이 용두사미가 돼버리겠구먼.
여튼 결론은 이렇다.
아직도(아직까지도)
문득문득 입덕 부정기, 현타 비슷한 게
오기도 하고
'과연 내가 언제까지 이 짓을 할까'
라는 생각도 하지만
(덕질을 관둔다는 말이 아니라
강도와 비중을 낮춘다는 말이다
호들갑 떨지 않고 느긋하게
또는 조용히 눈팅만 하는 식으로.
다른 가수들에게 해왔듯이.)
뭔가에 길들여지는 것도
겪어보니 썩 재밌고 괜찮다는 얘기.
일부러 엇나가고 비껴가던 거 못지않게.
그리고
누굴 미워하는 것보다는 응원하는 게
자신에게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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