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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덕질/비오브유

창단식 X 바닐라 스테이지 기다리며 적는 글

 

 

당신이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너무 유명해서 인용하기도 뻘쭘한

어린 왕자의 한 구절.

 

자길 길들인 사람이

오후 4시에 온다면 3시부터 설레발치겠다는

여우의 얘기다.

 

 

그럼,

 

나이 먹을 만큼 잡숴 놓고서

작년 여름(늦봄?)부터

난생처음으로 본격 아이돌 덕질을 시작한

(그것도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에게)

나 녀석은 어떤가 하면

 

 

늬들이 오후 8시에 V앱을 켠다면

 

나는 오후 4시부터 대기타며 하트를 누른단다 이녀석들아

 

 

그러하다.

 

(※ 하트는 클리커 앱으로 누름)

 

 

작년 이맘때쯤에는

V앱이 뭐 하는 건지도 몰랐는데 말이지.

 

 

그밖에

 

음악중심과 인기가요가

무슨 요일 몇 시에 하는지는 물론이고

어느 게 스브스고 어느 게 엠본부인지도 몰랐던

(그닥 알고 싶지도 않았던)

과거랑 다르게 이제는

 

엠넷 - 엠카 - 목요일

아리랑 - 심플리 - 금요일

엠본부 - 음중 - 토요일

스브스 - 인가 - 일요일

 

(기타 :

케이본부 - 뮤뱅 - 뭘 모르는 놈들)

 

각 방송국마다 카메라 성향을

쓸데없이(재미로) 분석하고 있으며

 

 

단골 음원사이트 딱 한 군데서

음원 파일만 사고 그나마도 pc에 담아서

사골처럼 우려먹던 사람이

3사 월정액 스밍 이용권 질렀고

공기계 3개 켜 두면서 겸사겸사

뵤뷰랑 같은 회사 분들 것까지

같이 스밍 돌리고

 

저번에 산 시그 다이어리에다

(구분 쉽게 하려고...라는 핑계 대면서)

중성펜 색깔 바꿔가며 스케줄 적고 있음.

 

하나는 그린펄, 하나는 다크블루

 

 

......

 

 

정작 또래 친구들이

한창 아이돌 덕질하던 10대 때는

(중2병에 휩싸여서)

뭔가 좀 다르고 싶다며 JPOP위주로 듣고

한국 곡도 일부러

비아이돌 쪽으로만 골라 들었는데 말이지.

 

그 당시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되게 쌉정색하겠지?

 

미안하게 됐다

과거의 나.

 

 

사실 지금도 불쑥불쑥

(특히 주울 떡밥이 너무 많아서 소화가 안될 때)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현타가 오곤 한다.

 

아니 솔직히 이건

현타라기보다는 게으름 피고 싶어서

찡찡대는 거에 가깝지만.

 

'나는 원래 이렇게

맨날맨날 뭘 기록하던 사람이 아닌데ㅠㅠ

유행이고 나발이고 귀찮으니까

영화도 몇 개 빼면 고전 영화 위주로 보고

소설도 신간 베스트셀러는 일부러 거르고

예능도 내킬 때만 쥰내

vod로 한꺼번에 몰아서 봤는데.

대충 윈도 카드게임 같은 거 하면서ㅠㅠ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뭐 하는 거야 요즘 대체'

 

 

근데 또 떡밥을 보면

속없이 좋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덕질은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긴 한다.

여기까지 길들여진(?) 사람의 경험담으로서

이건 확실히 장담할 수 있음.

 

어떤 부정적인 감정이든 생각이든

하루 이상 가질 않거든.

새 떡밥을 보든, 쟁여둔 영상을 다시 보든

노래를 듣든, 시그 다이어리 뒤쪽 사진을 보든

스밍하던 공기계들 캐시 지우고 재부팅시키든

최애와 관련된 어떤 행동을 하면

머릿속이 좋게좋게 리셋이 됨.

 

문제는 너무 리셋돼서

뭘 하려고 했는지도 까먹는다는 거지만.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놓고 까먹거나

전자레인지에 뭘 돌려놓고 까먹거나

머리 감고 안 말린 걸 까먹거나

텀블러 뜨신 물 담아놓고

뚜껑 닫는 걸 까먹거나<-이건 방금 있었던 일)

 

너무 잘생긴 사람을 보면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다...는 건

그냥 누가 만든 주접문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이 밑에

뭔가 더 적으려고 했는데

(대리만족이라든가 이런저런 얘기)

 

벌써 5분 아니 4분밖에 안 남았네?

창단식 봐야 하는데?

 

글이 용두사미가 돼버리겠구먼.

 

여튼 결론은 이렇다.

아직도(아직까지도)

문득문득 입덕 부정기, 현타 비슷한 게

오기도 하고

'과연 내가 언제까지 이 짓을 할까'

라는 생각도 하지만

(덕질을 관둔다는 말이 아니라

강도와 비중을 낮춘다는 말이다

호들갑 떨지 않고 느긋하게

또는 조용히 눈팅만 하는 식으로.

다른 가수들에게 해왔듯이.)

 

 

뭔가에 길들여지는 것도

겪어보니 썩 재밌고 괜찮다는 얘기.

일부러 엇나가고 비껴가던 거 못지않게.

그리고

누굴 미워하는 것보다는 응원하는 게

자신에게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