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추석날)
모처럼 집에 온 동생놈
: 누나 왜 송편을 간장에 찍어먹어?
나: 단짠단짠.
동생놈: 아 송편을 왜 김에 싸 먹어?
나: 단짠단짠.
남이사 어떻게 먹든...
그냥 먹으면 물리니까 그렇지
1.
가짓수나 양을 줄였다고 해도
역시 명절날에는 음식이 많고, 그만큼 많이 먹게 됨.
그리고 같은 걸 매끼, 며칠 연속으로 먹게 되고...
(정말 좋아하는 몇 가지 빼고는)
같은 걸 3번 연속 먹는 거 그닥 안 내켜하는 성격이라
좀 힘든... 것까지는 아니어도 쫌 그렇다.
근데 그나마 저 위에 있는 건 괜찮아.
송편이나 전 같은 건 괜찮다고.
문제는
요거.
차례/제사상 음식 가짓수 줄이기 프로젝트에서도
이상하게 항상 셋 다 살아남아있는 삼색나물.
차례/제사상 음식 양 줄이기 프로젝트에서도
이상하게 항상 기존 양을 유지하는 삼색나물.
내가 조상님이라면 저것만큼은 손도 안 댈 거 같은데
필수적으로 올라가는 삼색나물.
(의외로 조상님들께서
고기는 건강에 해롭다느니
전은 소화가 잘 안 된다느니 하시면서
저것만 드실지도 모르는 거지만서도...)
뭐... 나물반찬 싫어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편이야.
특히 시금치무침 같은 건 건강을 위해서라도
일부러 만들어 먹는다고.
근데 이상하게 저 셋이 함께 뭉쳐있으면...
게다가 명절, 제삿날에는 늘 묘하게 양이 많으니까
하여간 좀 그렇다고.
괴상한 시너지가 생겨서
보는 것만으로도 질린다고!
다들 똑같은 생각인지
명절마다 항상 저것들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고
저걸 어떻게 해먹을지 늘 고민하는데
그냥 반찬으로 먹든,
비빔밥을 해 먹든, 볶음밥을 해 먹든
어떻게 해 먹든 간에 그 맛이 그 맛이라
(간장으로 간하든 고추장으로 간하든
뭘 추가로 토핑 올리든
삼색나물 특유의 그 맛이 있다)
정말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이 왜 생겼는지 실감하게 된다
(전에 올리브였는지 모 채널에서 모 셰프가
명절 음식 처치랍시고
저 삼색나물로 파스타인가 버거...?를 해 먹었던 거 같긴 한데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고)
아, 그리고
이건 요번에 처음으로
우리 집 차례상 데뷔(?)한 녀석인데
보시다시피 저승 캔디 안에 강정 같은 게 들어간
그런 물건이다.
꽤 전부터 있었던 상품인가 본데
우리 가족은 요번에 첨 봤음.
왜냐면 우리 집안은 대대로
(증조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부터)
저 옥춘 캔디 말고 그...
엄청 딱딱한 수박모양 젤리?
그걸 올렸기 때문에
맞아, 이거.
(저 분홍 웨하스 같은 건 맛있지만
다른 건 걍 그렇던데...
단 건 덮어놓고 좋아할 유딩시절부터 그랬음)
왜 그런 가풍인지는 나도 모름.
증조할아버지께서 항상 방에 저런 젤리를 두셨는데
그 취향이 적극 반영됐던 거 아닌가
추측해 볼 따름이다.
하여튼,
사탕과 강정을 한 번에!
그 발상까지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근데 먹어보니까...
사탕이 박하맛임.
......
차례/제사상의 민트초코를 노린 걸까
아니, 민트초코 좋아하기는 한데...
(베스킨 31에서 3픽안에 듬)
내가 아는 고소한 강정 맛에
설탕의 단맛만 추가로 더 입혀졌겠거니 했는데
생각지 못한 박하향이...
박하향이 다른 향과 맛을 덮어버리는 와중에
박하사탕과 연결 짓기 힘든
강정의 부슬부슬한 식감만 쓸데없이 남아 가지고
(설탕 특유의 끈적함 때문에 전혀 바삭하지 않다)
......
박하향 없이 설탕과 물엿만 쓰거나
강정 안 넣고 그냥
100% 박하맛 사탕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근데 또 이 글을 쓰다 보니까
저 이상한 조합이 묘하게 당기는 거 같기도 하다?
역시 한국 저승계의 민트초코인가
2.
추석 전에 만든 거.
버터를 사면 깍둑썰기 해서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는데
요번에 산 버터는 좀 양이 많아서 저 정도가 남았음.
저만큼은 통에 안 들어가. 그래서 쿠키를 만들기로 했다.
...사실 안 남았어도 쿠키 만들었을 거지만.
맛이 갈랑말랑한 홍차(로 추측되는)잎 갈아서
쿠키나 만들어야지 했는데 있던 버터들이 맛이 갔거든;
그래서 새로 산 거거든.
왜 하필 쿠키냐면
베이킹 중에 그게 가장 쉬워서.
그나마.
예전에 만들었던
홍차 시폰 케이크를 만들어볼까 했는데
흰자와 노른자 분리하는 부분부터 정색하면서
'이런 거 잘도 만들었었네 예전의 나...'
이러면서 관뒀음.
(지금도 감탄하고 있다
그 귀찮은 걸 잘도 해 먹었구나
예전의 나...)
보통 레시피에 g단위로 표시하는데
내가 봤던 레시피는 컵으로 되어있었다.
한 컵이면 아마... 200cc지?
아니면 어쩔 수 없고.
이런 쿨한 마인드로 시작했음.
재료들 다 있는 거 확인하고 시작했...
는 줄 알았는데
담고 나니까 박력분이 반 컵 정도밖에 없었음.
1.5컵이 있어야 하는데.
괜찮아.
뭔가 지층 같은 게 생기긴 했지만
몸에 좋다고 일부러 통밀가루 넣는 사람들도 있어
그리고 이러면 망했을 때 재료 탓을 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안 죽어
그리고 실온 버터를 저어서
크림화 시켜야 하는데
아니 좀...
녹으라고. 버터.
힘으로... 아니,
마찰열로 녹였다. 아마도.
계란 하나랑 홍차잎 간 거.
넣을 당시에는 홍차 가루 너무 많나? 이랬는데
다 만들고 먹어보니까
저것보다 더 넣을 걸 그랬다 싶었음
생각해보니 향이 많이 날아간 홍차였지
체친 가류류... 아니 가루류를 넣고
요것도 넣고,
수제비나 부침개 반죽처럼 휘휘 젓지 말고
주걱으로 썰듯이 반죽.
반죽을 휴지 시킨 후 넓게 펴서 쿠키 틀로 찍거나
랩으로 싸서 냉장고로 살짝 얼린 후 칼로 썰어야 하는데
쿠키 틀로 찍으면 그 찍고 남은 가장자리를
따로 어떻게 해야 하고
뭣보다 설거지 거리가 늘어나니까 후자를 선택.
생긴 게 어째 좀...
구우니까 부풀어서 뭐 그럭저럭.
우리 집 오븐이 타이머 다 되면
저절로 꺼지는 게 아니라는 걸 깜빡해서
바닥이 너무 구워졌는데
탄맛이 나거나 그러진 않았음
차랑 먹었습니다.
나중에 커피랑도. 엄마랑.
맛은 있었는데
(통밀 가루라 좀 투박한데 그것도 나름 괜찮았다)
설탕을 좀 덜 넣고
홍차 가루를 더 넣으면 좋았을 걸 싶었음.
그리고 이제야 생각 난 건데
좀 많이 만들거나, 남겨두거나 해서
동생놈 약간 싸 줄걸 그랬다.
다 먹어서 미안하다 동생아
ㅋ
3.
저번 하루키 소설은
중간에 읽다가 본의 아니게 몰아서 다 읽었지만
소세키 소설은 본의대로(?)
간식 먹듯이 한 챕터씩 야금야금 읽고 있음.
근처 학생 애들이 야구한답시고 집으로 공 던져서
구샤미 선생이 열 받아하는 걸
그리스의 머머리 누구씨에 빗대며
장황하게 설명하는 고양이가 귀엽다ㅋㅋㅋ
근데 그렇게 하라고 학생들을 사주씩이나 하다니
그... (이름 까먹은)사업가, 진짜 할 일 없네.
채만식 선생님 책은
단편들만 먼저 읽어뒀고
장편들은 남겨뒀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예상했던 대로 쉽게 읽히지 않음.
꽁알꽁알꽁알꽁알...
이름부터 뭔가 꽁알선생일 거 같았는데
정말 그랬다
또, 거기 빗댄 사례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그 시기의 이탈리아 역사와 인물도
같이 찾아봐야 할 거 같은데... 귀찮.
하지만 책 내용과 별개로
거기 짤막하게 소개된
마키아벨리의 인생은 퍽 흥미로웠다.
ㅋㅋㅋ
우선순위를 뒤로 놔서인가
독서랑 독후감이 미뤄짐.
적어도 이미 다 읽은 책들은 써야겠지
이러면서도 계속 미룸.
그래도 예전 같았으면
1년에 이 정도의 반도 읽지 않았다
(미뤄졌을지언정)
내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함.
책에 나온 것 중에 아주 평범한 구절이다.
게다가 이 구절,
구샤미 선생 만만하다고 놀려먹는 학생들을
(또는 그 비슷한 짓을 하는 인간들. 요즘으로 치면 악플러라든가)
분석 겸 까는 과정에 나온 거라
이렇게 인용하라고 쓰인 거 아님. 아마도.
근데 그래도 요즘 내 상황과 비슷해서 올림.
요전까지는 알게 모르게 괴로웠다.
근데 요즘은 제법 활기가 있음.
4.
다른 걸 좀 더 쓰려다가
결국 따로 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