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진짜 빠르다... 벌써 그렇게 됐나?
뭐 아무튼
우리 집에서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어디로 이동할 필요 없음.
서로 합의하에 한 집에 다 모이지 않고
각자 집에서 조촐히 지내기로 했으니
(제삿날에만 모임)
집안이 북적댈 일도 없음.
괜한 말 주고받을 일도 없음.
또, 음식도 사서 하기 때문에
기름 냄새 풍길일도 없음.
그런데
이렇게까지 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두 분 다 돌아가신 지 꽤 됐다)
시골집으로 내려갈 일이 없는데도
심지어 아버지가 '안 그래도 된다'라고 했는데도
딱히 누가 탓하는 것도 아닌데도
오히려 나를 포함한 가족들이 다 말리는데도
어머니께서 강박적으로
명절 음식을 손수 만드시려고 해서...
그렇다고
명절 음식 만드는 걸 즐기시는가 하면
별로 그렇지도 않다.
까놓고 말해 우리 엄마는 요리하는 걸 안 좋아하심.
(솔직히 그 편이... 우리 가족에게도 좋다)
분명 말렸는데도 굳이 고집 부려하시고는
힘들어하시고 투덜대시고...
습관이라고 가볍게 표현하기 죄송한
정말 오랜 세월에 걸쳐 너무 깊게 굳어버린
굳은살 같은 건데
몇 년에 걸쳐 겨우 풀렸고
그래도 엄마는 여전히 당신을 설득하고 싶으신 건지
'이건 이러이러해서 이득이야'
라고 사 온 음식을 두고 기회비용을 굳이 헤아리시거나
'그래도 이건 인간적으로 파는 게 너무 비싸다'면서
기어이 두부를 사 와서 부치시거나
이러고 계신다
이러다 은근슬쩍
다시 모든 음식을 만드실지도 모르니까
바짝 경계 중.
물론 설거지는 밖에서 사 오지 않고
사람이 직접 합니다.
집에 식기세척기가 없거든요.
그전에 제사/차례용 목기는
식기세척기에 넣고 돌리면 안 되지!
(아마도)
그리고 그 설거지는 내가 함.
(지금도 그렇지만) 못난 딸이라서
예전에 명절마다 시골 내려갈 때마다
나만 못 간 적이 많았고
그만큼 엄마를 많이 못 도와줘서
지금 속죄하는 기분으로 하고 있습죠.
...그런 것도 있고
사실 울 엄마는 설거지를 너무 후리하게 하시니까
못 믿어서 내가 닦음. 특히 목기는.
나무 그릇은 물에 담그면 안 된다고요 어머니
다 말린 다음에 장에 넣어야 한다고요 어머니
아 엄마 제발 쫌!!
알았어 영화 보고 오세요 쫌!
(아마 올해도 있을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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