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잠은 다 잤고(커피를 늦게 마심)
이 시국에
일본 작가 책 독후감만 연속으로 올리지 않게
한국 작가 것도 먼저 올려뒀고
그나저나 아직도 '이 시국'이 맞긴 한가?
아직 불매운동 중이니 맞겠지?
개열받네 일본 정부...
왜 자꾸 싹 바가지 없는 짓을 해가지고
이런 일로 사람 눈치보게 만들어?
빨리 사과해 ㅅㅋ들아 니네 국민들 역사 공부도 제대로 시키고.
어쨌든......
뭔가 지금 기분이 요거 쓰기 적당한 상태니까
얼른 써서 올려버리자.
지금을 놓치면 또 한참 기다려야 할 거 같음
※ 제목대로 엉터리 독후감.
아무말 아무렇게나 막 쓸 거고 책 내용 그닥 안 나올지도 모르고
작가 의도랑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소리 나올지도 모르고
하여튼 이 책의 진짜 줄거리가 궁금하거나
독후감 숙제할 거면 이거 말고 다른 글을 보시오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저번 '색채가 없는...'어쩌구 보다 제목 외우기 쉽다.
사진 날짜를 확인해보니 8월 22일.
여름에 도서관에서 빌렸고 여름에 반납한 책.
이래저래 미뤄서 10월인 지금 독후감을 씀.
시간이 꽤 지난 만큼 기억이 뜨문뜨문하지만
그래도 써 본다.
하루키의 첫 소설이 이거라고 함.
내 특유의 꼬인 성격 때문에
너무 유명한 작가 글은 왠지 읽기 싫다며 계속 튕겼다가
저번 '색채가...'에서 제법 치여가지고
호기심이 생겨서 읽었다.
그리고......
아 짜증나
이래서 이런 작가 글은 읽기 싫었는데
시작부터 되게 쿨하네.
이게 이 사람의 첫 소설, 첫 부분인데
벌써부터 잘난 티 팍팍남
얄미워
그리고 도서관에서도 말이지,
(그 도서관이 째깐한 동네 도서관인 걸 감안해야겠지만)
사실 그날 내가 정말 빌리고 싶었던 건 이 책이 아니었음.
2~3순위 정도였고 정작 1순위는 따로 있었거든?
다른 작가 거.
근데 그 작가 책은 도서관에서 꼴랑 세 권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다 나가서 못 빌렸어.
근데 이 하루키 양반의 책은,
인기 작가랍시고 책장 거의 두 칸 정도를 꽉 채우고 있는 거야
같은 소설이 출판사별로 놓여있고
어떤 건 표지까지 완전 똑같은 책이 두어 권 있고...
그것부터 뭔가 좀 얄미워서...
'어유 그래 잘났다 참 잘나셨어요~'
속으로 이러면서
더 크고, 더 새 거고, 더 표지가 멋있는 책 놔두고
일부러 저 위의 작고 꼬질한 놈을 집어왔다.
뭐 기왕이면 작은 책이
들고 오기도 읽기도 편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뭔가......
내가 하필 그런 작가들 책만 골라 읽었는지는 몰라도
내 기억 속 작가들은 다 막 어딘가 아프고(몸이든 마음이든)
가난하고... 요절하고...
이혼했거나 이혼의 위기가 있었거나
결혼은 안 했지만 여튼 지독하게 실연했거나
하여간 뭔가 인생이 순탄치 않던데
(어디서 봤는데 소설가 평균 수명이 다른 직업군보다 짧다더라)
하루키 이 분은 아직 살아계시잖아?
근데 다른 나라의 쪼끄만 동네 도서관을 그득 채울 만큼
인정받았고, 아마 그만큼 돈도 넉넉히 벌었을 테고...
하여간 뭔가 좀 얄미워.
그래서 괜히 그랬음. 유치하게.
하지만 이미 집에 있었던 '색채가...'는
생각보다 덤덤했다고나 할까 수더분했다고나 할까
느낌이 썩 괜찮았기 때문에
이것도 막상 펼쳐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하면서
책을 펼치자마자 저 구절이
쨘~
아 짜증나!!!
되게 멋부렸네 안 그런 척하면서!
아니 멋부린 게 아니라 저건 그냥 멋있는 건가?
아 그래도 뭔가 열받아
(읽으면서)
아 뭐야!!!
뭔가 하여튼 되게 있어 보이게 썼어
아니 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정말로 있는 건가?
아무튼 짜증나 작가가 너무 잘나서
이렇게 되게 툴툴대면서 읽었고
그러면서도 몰입할 건 하고 공감할 것도 감탄할 것도 다 하고
어쨌든... 재밌었다.
'하루키'란 작가 이름만 알았을 때
어렴풋이 느꼈던 그 선입견 대로였지만
(살짝 난해한 듯 무심한 듯하면서 바로 그 점이 세련된?)
그런데도 역시 맘에 들어서...
뭔가 진 거 같은 기분.
정말 진지하게 작가가 멋있어서 '인정받을 만하네'이러면서도
뭔가 쫌 뒤돌아서 입을 삐쭉대고 싶고...?
근데 이런 건 있었다.
만약 '색채가...'를 먼저 읽어두지 않았다면
이 책에 대한 인상이 달랐을지도 모름.
다 읽은 다음 이렇게 대충 넘겨짚었겠지.
읽으면서 공감 가는 부분이 나와도.
이건 아마 작가가 그냥 그럴싸한 것들을 이것저것 나열해 뒀을 거라고.
상상력만으로.
근데 이것보다 나중에 쓴 소설 '색채가...'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게 여기에도 나와있어서 진정성 같은 걸 느꼈다고나 할까?
정확히는, 진정성을 기대하게 됐다.
이 작가에게 실제로 겪은 어떤 상처가 있고
거기서 우러나온 글일지도 모른다고.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죽음을 다룬 작가들이 실제로 자기가 죽어봐서 그걸 쓴 건 아니잖아)
그래도 어쩌면.
...이건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면
또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우선 이렇게 시작한다.
이 페이지는 왠지 구절마다 따끔하게 아픔.
'문장은 읽기 힘들고...'부분부터
그 사람한테 배웠다면서 말이 심하잖소!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극찬해줌ㅋㅋㅋ
근데 하트필드 죽었어...
아니, 죽은 건 그렇다 치고(옛날 사람이니까)
왜 하필 저 인간 초상화를?
저렇게 죽었으면 화제가 되고도 남았을 거 같은데...
어쨌든
저 밑의 장암 얘기에 기분이 좀 묘했다
내가 직접 아는 분은 아니고
건너 건너 아는 분이 저 병으로 정말 갑자기 돌아가셔서.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
...근데 사실 여기까지는
소설 시작되기 전 '작가의 말' 같은 부분이다.
신변잡기 약간에다
'내가 이러이러해서 이 글을 쓰게 됐다' 같은 거.
그리고 내가 인상 깊다 와 닿는다 하면서 찍어둔 부분
상당수가 저기서 나옴.
이다음부터는 뭔가...
(작가 본인이 그렇게 썼다고 시인했지만)
토막글들을
'옛다 함 읽어봐라'하고 내키는 대로 툭툭 던져놓은 느낌이라
어리둥절한 게 많았거든.
갑자기 흐름이 썩뚝 잘리면서
상관이 있는 듯 없는 듯한 장면이 툭 튀어나오고
기승전결 큰 줄기가 있는 거 같긴 한데 뭔가 좀 느슨하고...?
(먼저 읽었던 '색채가...'는 확실히 소설 맞는데
이건....... 여튼 실험적이긴 했다 79년에 나온 글인데도)
처음엔 꽤 당황스러웠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어느 한 부분을 읽고 '혹시?' 하며
전부분으로 되돌아가며 짚어보는 그런 재미가 있었고,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도
'요건 좀 눈에 띈다' 싶은 글귀들은 뭔가 귀신같이 와 닿았음.
그런 글귀들은 읽는 사람마다 다 다르지 않을까 싶다.
작가가 흩뿌려놓은 글 자락들 중에서.
내가 다른 사람이 안돼봐서 진짜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맨 처음 이거 읽었을 때는
찍찍거리는 동물 쥐가 사람처럼 저러는 줄 알고
(동물농장처럼 무슨 의인화를 시켰을지도 모르잖아)
되게 귀엽다ㅋㅋㅋㅋ 이랬는데
별명이 '쥐'인 그냥 사람이었음(머쓱)
주인공보다 몇 살 형인가 그럴 걸?
그리고 그 쥐는
다른 소설들을 까면서 대충 이런 구상을 내놓음.
여기까지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갑자기 이게 나온다.
쥐가 쓴 소설의 일부분인지,
거기에 빗댄, 쥐에게 실제 있었던 일인지.
나중에 쥐가 어느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했거든. 주인공에게.
근데 뭔가 잘 안 풀렸고...
(정확히 이게 맞는지는 기억이 가물)
근데 그런 거 다 떠나서
저기에서 남자든 여자든 한쪽만 편들 수가 없다
어째 나는...
작가가 나중에 쓴 '색채가...' 소설이 생각났던 부분.
주인공이 (아마도) 우연히 라디오 사연 당첨자 비슷한 게 됐고
그걸 통해 문득 고등학교 동창이 생각나서 찾으려고 함.
빌린 LP를 돌려준다는 핑계로.
그 여자 동창생은 아픈 상태로 자취를 감춰버렸고 끝내 못 찾았다.
LP도 못 건네줬고.
중간에 갑자기 샐러드 얘기가 왜 나오냐면
주인공이 여자 찾을 때 자기가 샐러드 잡지 관계자인데
그 여자가 당첨인지 뭐시긴지 했다고 뻥쳤기 때문.
제법 신박했음ㅋㅋㅋ
어쨌거나 첫 소설(1978년)에도 이런 게 나오고
훨씬 나중 소설(2013년. 몇십 년이 지난 거야 대체?)에서도
고등학교 동창들이 또 나오니,
이 작가가 고등학교 동창들과 뭔가 있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몹시 씁쓸한 쪽으로.
요건 아마도... 이 소설의 히로인과
아마도... 데이트 비슷한 거 하는 거.
왜 아마도를 두 번이나 붙였냐면 여튼 애매하니까.
고백이고 애정표현이고 그런 거 없이...
'그녀'가 완전 꽐라가 돼서
주인공이(초면인데도)'그녀'네 집까지 부축해서 데려와줬고
(서로 아무 일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되게 까칠하게 굴었지만...
여차저차 해서 저렇게 같이 시시덕 댐.
저런 말을 했던 '그녀'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 고등학교 동창 여학생처럼.
근데 그전에 주인공이 먼저 떠났음.
사이가 틀어져서 일부러 그랬다기보다는
주인공의 방학이 끝나서=원래 처음부터 예정이 그랬는데
서로 딱히 연락처를 남기거나 또 보자 약속을 안 해서.
주인공이 다시 돌아와서 찾아보긴 했지만 없었음.
그냥 바람처럼 지나간 거.
...여기서도 죽은 여자가 등장하네.
어쨌거나 저 훌륭한 재판관 레미의 얘기가 인상 깊었음.
진짜인지 작가가 만들어 낸 건지는 몰라도.
...그러십니까.
쥐와의 대화.
그 '여자'와 만나기 전인지, 후인지 헷갈린다.
갑자기 하트필드.
야유와 험담, 농담, 역설이라...
"귀찮기 때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책임해ㅋㅋㅋㅋ
로맹 롤랑을 검색해보니까 정말 있는 사람이었다.
저 '장 크리스토프'도.
병을 앓는 여학생이 라디오에 보낸 사연.
그에 대한 라디오 DJ의 답변.
왜 갑자기 '코미디하는 충실한 멍멍이'가 나오냐면
주인공이
(저 위에 라디오 사연 당첨 어쩌고 했는데 그게 바로 요 라디오 채널)
되게 산만하고 깝쪽대는 DJ에게
코미디하는 멍멍이라고 짜증 냈기 때문.
여기가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위에 사연까지 합쳐서.
요건 그냥.
소설의 가장 마지막 부분이었나?
저 마지막 두 줄이 뭔가 대놓고
'이건 되게 있어 보이는 멋있는 글이니까 인용하세요'
이러는 거 같아서 찍어둠ㅋㅋ
멋있는 글 맞지만.
다시 작가의 말.
그리고...
이다음에 역자의 말인지
작품 해석인지가 나오는데
하트필드 가짜였어요?!!
작가가 뻥쳤음?!!
하도 등장하니까
(마지막 작가의 말에도 하트필드 무덤에 가봤다느니 이런 말이 나와서)
한 번 그 사람 글도 찾아서 읽어볼까라고 생각했는데...
재미... 있었던가?
그냥 막 황당했는데?!
그보다 이렇게 (작가 말고 다른 사람이)
따로 설명해주지 않고 그냥 끝냈으면 끝까지 속을 뻔했잖아!
아니 뭔가... 가짜라는 힌트라도 좀 주든가.
이젠 '신세대'라는 단어를 쓰는 것부터가
신세대가 아니게 됐지만...
어쨌든 이 글에 따르면
난 얼추 신세대 축에 속하는가 보다.
이 소설 얘기는 여기서 끝!
(뭔가 후련하다)
그런데 요걸 적던 중간에 알게 된 건데
이게 삼부작이라고 하더라고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둘러싼 모험
요렇게 삼부작.
아 뭐야 더 읽어야 해?!
쫌 귀찮은데...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거 안 읽기도 뭐하고
솔직히 다음 부분이 궁금하기도 하고.
(다음 부분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지만)
그 도서관에 하루키 책이 많긴 했는데
이 책들도 다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요전에 집안에서 발견한 거.
하루키 소설이 또 있었어
무슨 옷장 뒤 동전 찾기도 아니고...
이건 언제 읽을지 모르겠음.
벌써 새벽 다섯 시.
정말로 잠 다 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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