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간격으로 기분이 막 크게 오르내리는데...
(막 되게 독특한? 참신한? 게임 가지고
신나서 시시덕대던 게 바로 그저께인데
어제는 또 축 가라앉고)
요즘 들어
부쩍 선선해진 날씨 탓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서늘해지면 끈적이지 않으니까 짜증은 덜 나지만
의욕 끄트머리가 톡톡 끊기고, 자꾸 잠 오고...
특히 어제는 생각할 게 좀 있었다.
2.
갖고 있는 원두의 유통기한
(이라기보다는 가장 맛있을 날짜. 산화되기 전.
오래 묵히면 담배 냄새+기름 쩐내 같은 게 난다)
살짝 지나버려서 싹 다 해 먹어 버림.
검은 유리병 두 개는 침출식 콜드브루고
왼쪽 아래 커피포트에 든 건 핸드드립.
원두가 애매하게 남아서 뜨거운 물로 내려버렸다.
(100g을 주문해도 우리네 정인지 뭔지 늘 10g 남짓이 남음.
어느 곳에서 주문하든 다 그렇다
감사하기는 한데, 콜드브루 용으로 쓰자니
50+10g은 다시망에 넣기 버겁고
10g은 핸드드립으로 내리기에는 좀 애매한 양이거든요
결국 콜드브루 만들 원두에서 10g가량을 덜어내서 합쳤다)
어젠 선선했으니까.
뜨거운 커피 마셔도 안 더웠으니까.
침출식은 그냥 원두 갈아서 다시망에 넣고
밀폐용기에 찬물이랑 담가서 냉장고에 반나절쯤 무심하게 냅두면 되는데
(그렇게 대충 만들어도 늘 중박은 침)
핸드드립은 좀 성가심.
원두를
강철날 칼리타 핸드밀 말고
세라믹날 미니 핸드밀로 갈아야 하고...
왜냐면 얘는 분해해서 물로 씻을 수 있거든.
오래된 커피가루가 핸드밀에 끼면 잡내가 나는데
칼리타 꺼는 물로 씻을 수 없음. 녹슬어서.
분해도 어려워. 재조립도. 특히 분쇄 정도 조정하기가.
진짜 큰 맘먹고 어쩌다 가끔만 해야 함.
그래서 평소에는 붓으로 최대한 가루 털어내거나
압착 보리 같은 곡식류를 원두 대신 갈고 그래야 하는데
그래도 찌꺼기 원두가루와 냄새가 좀 남음.
차가운 물로 우리면 그 냄새가 거의 안 나서 상관없는데
뜨거운 물로 내리면 그게 아니니까
아예 핸드드립 전용, 물세척 가능 핸드밀을 샀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녀석...
뚜껑 부분 금이 가버렸음.
다시 조립하고 나서 뭔가 좀 꽉 안 닫혔다 싶어서
힘줘서 '흡'하고 돌렸더니
(저번에 양산을 고장 냈던 문제의 흡)
저렇게 막......
......
내가... 힘이 센가?
그럼 왜
잼 뚜껑은 바로 안 열리는데?
뭐 어쨌든,
다시 핸드드립 얘기로 돌아가서
미분도 대강이나마 빼줘야지,
물 온도도 맞춰줘야지...
잡내 안 나는 커피 좀 마시겠답시고.
이렇게 해서 정석(원두와 물의 비율)대로 우린 건
따로 0.5~0.7컵 정도 따라 마시고
나머지는 물 왕창 부어 마심.
어차피 혼자 마실 거고, 향만 맡으면 되니까.
집에서 직접 원두 갈아서 만들면 많이 희석시켜도 향이 진함.
아니, 내리지 않아도 원두를 드르륵 갈 때부터
부엌에서 카페 냄새가 나거든. 저절로 아로마 테라피가 됨.
그래서... 뭐...
간만에 커피 내려 마셨다는 그런 얘기다.
다음에 또 주문해야지.
3.
우연히 보게 됐는데 되게 좋더라 이런 거.
오오 님의 영상.
나는 3분 54초쯤에 이게 가장 마음에 들었음.
천사점토로 만들고 색칠한 후
투명 매니큐어로 코팅시켜 말린 다음 꽈지직.
이런 건 누가 맨 처음 생각해 내는 걸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순 없는데
하여간 보고 있으면 어쩐지 기분 좋음.
모든 반죽을 맨 마지막에 하나로 뭉치는 장면에서는
철학적인 무언가가 느껴지기도 하고?
4.
동생 놈이 모처럼 집에 와서 이런 걸 주고 갔다.
(아부지의 잔소리를 피해 저녁도 안 먹고 잽싸게 다시 나감)
아는 분께 받았다는데
이런 봉지를 4개씩이나.
옥수수...
또 옥수수...
또수수......
엄마도 사 오고 아빠도 얻어오고 동생 놈까지.
옥수수 3콤보.
(※ 옥수수 별로 안 좋아함)
냉장고가 전부 찐옥수수들이야! 옥수수랜드!!
냉동실이고 냉장실이고간에!
다들 무슨 계시라도 받았나?
옥수수의 신한테?
그래도 사과도 주고 가서 기분 풀렸음
짜식 고맙다 좋은 놈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