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몇 가지는
전날에 미리 준비해뒀음
원래 고추장이 정석인데
아버지가 요새 위장 때문에 매운 거
(특히 빨간 거)
못 드시니까 된장과 같이 볶음
역시 위에 좋다는 양배추.
(평소에도 식탁에 양배추 데쳐서 올림)
지금 세 보니까 9개네.
원래 더 큰 겉잎을 잘라서
더 많이 만들려고 했는데
전날 미리 쪄놓은 양배추 잎을
새벽에 엄마가
칼로 썰어서 식탁에 먼저 올려가지고
약간 더 작은 속잎을
새로 쪄서 만들었다는
대충 그런 후담이 있음.
위에 그 소고기 쌈장이
여기에 밥이랑 같이 들어감
쌈장이 잔뜩 남아서
한동안 계속 먹을 거 같지만.
비벼먹든 어쩌든 해서.
고기는 당연히 잔뜩 넣어야지
원래 잡채에서 채소는
색깔 좀 내려고 넣는 거임
원래
시금치를 데쳐서 넣는 게 정석이지만
엄마가 부추를 좋아하고
어째서인지 집 근처 반찬가게도
시금치가 아니라 부추를 넣고
뭣보다도 나물 데치기 귀찮으니까
=부추는 대충 뜨숩게 하면 금방 숨이 죽음
부추를 넣음
당면 찬 물에 불려서->삶아서
->찬물에 또 식혀서->양념장에 좀 버무려서
미리 준비한 재료들이랑 같이 볶음
이미 다 익힌 것들이라 살짝만.
어차피 참기름 더 넣고
버무릴 생각이었는데
간이 좀 심심한 거 같아서
간장을 더 넣었음
잡채는
엄마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음식 중에 하나고
내가 3일 이상 계속 먹어도
안 질려하는 음식이기도 해서
(그런 음식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카레다
카레는 일주일이나 보름까지도
쌉가능할 거 같음)
기왕 만드는 거 왕창 만들었다
반찬가게에서 파는 거
한 5~7팩 정도.
윤기가 좀 부족한가 싶었는데
엄마는 그래서 좋다고 하셨음
이렇게 아부지용, 어무이용 음식
하나씩 만들고
무가 있는 줄 알았는데 없어서
끓이기 직전에 사 와야 했음
말 그대로.
저때는 잘 몰랐는데
다 먹고 나서 보니까 요것만 왕창 남았음
너무 많이 꺼내놨었나 보다
버섯이나 그런 건 생략했음
고기는 위대하니까
'님'을 붙임.
쭈꾸미는 '님'까지는 안 붙임.
국립국어원 늬들이 아무리
주꾸미라고 해도 나는 쭈꾸미라고 부를 것이다
쭈꾸미가 어감이 더 귀엽고
더 맛있을 거 같잖아
ㅉ로 시작하면 뭔가 더 짭짤할 거 같단 말이지
짜장면처럼.
자장면은 무슨... 급식으로 나오는
싱겁고 맥 빠지는 그런 맛이 날 거 같은 어감이더만.
결국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받았는데
쭈꾸미도 인정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저걸 뭐라고 하더라?
암튼 인덕션은 아니었는데...
(인덕션은 저런 원리가 아님)
암튼 식탁 위에 저렇게 올려놓고
샤브샤브 해 먹음.
뭔가......
우리 집은 특별한 일이 있다 싶으면
샤브샤브를 먹기 때문에...?
(아버지가 전보다
구운 고기를 잘 소화 못하게 되시면서
고깃집 대신 샤브샤브 집으로
가게 된 거 같음. 아님 백숙집이나.)
여튼 그 기억이 나서
샤브샤브.
식당이라면 모를까
우리 집 식탁은 되게 어수선하고
쭈꾸미에서 먹물 터져서
국물이 먹물 색이 돼버리는 바람에
맛은 있지만
비주얼적으로는 그렇게 막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그런 게 아니라서
뭣보다
배고프고 귀찮았으니까
이후 사진은 생략.
그래도 야무지게 잘해먹었다
쌀국수사리에다 죽까지 만들어서.
웬만하면 구시렁대는 아부지도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셨음
채수도 좀 남았는데
(사실 저기다 바지락도 넣어서
채수 말고 육수라고 불러도 되겠다)
내일 칼국수라도 해 먹을까 보다
그나저나
애기 때는 그렇게나 극혐했던
파랑 무를 일부러 찾아서 건져먹고는
'역시 이거지'하며 행복해하는 나...
내가 진짜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그리고...
애기 때 명절날 시골 아침상에서
잡채를 볼 때마다
'이건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다른 음식들 다 놔두고
잡채를 특히 궁금해했음. 해파리 냉채도.)
그랬던 내가
잡채를 첨부터 끝까지 혼자 다 만드니까
뭔가 묘한 기분도 든다
잡채를 만들 때마다 늘 이럼.
집에서는 잡채를 잘 안 해 먹어서,
그리고 시골에서는
꼭 나 없을 때 이미 완성돼있어서
(전이나 송편 만들기 같은 건 나도 거들게 했는데
항상 잡채는 어디선가 갑자기 뿅 나왔음)
어릴 때는 잡채 요리과정을 몰랐거든.
눈으로 본 적 없으니까.
먼저 알려주지도 않았고.
엄마는 그렇게 잡채를 좋아했어도
누군가의 생일날 빼고는 잘 안 만들었는데
(그런 날도 내가 깼을 때는
이미 다 만들어져 있었음
울 엄마가 되게 일찍 일어나시는 분이라)
내가 좀 커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직접 잡채를 만들어 보면서
왜 엄마가 그랬는지 이유를 아주 잘 알게 됐고
그래도 뭔가 각 잡고 부모님께,
특히 엄마에게
음식을 만들어줘야겠다 싶으면
잡채를 만들곤 함.
옛날이랑 다르게
반찬 가게라는 게 보편화됐고
(요샌 냉동 잡채도 있더라)
그래서 종종 사 오기도 해서
잡채를 별로 못 먹는 건 아닌데
(사실 굉장히 자주 먹는 편임)
그래도 파는 거랑 만든 건
뭔가 좀 다르잖아
(특히 우리 집 근처 단골 반찬 가게는
어느새 고기보다 어묵을 더 넣기 시작했음)
(아 맞다 저기 어묵도 넣었어야 했는데
깜빡했네)
간도 내 맘대로 맞추고
특히 고기를 내 맘대로 넣을 수 있지
여튼...
나한테 잡채란 음식은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
'3일 내내 먹을 수 있는 음식'
이런 거 말고도.
결론은
이렇게 (내 딴에) 손 많이 가는 거 만들어놓고
그럭저럭 부모님께 합격점 받은 다음
설거지까지 싹 마치고
(오늘 설거지만 6번은 한 거 같다)
명절 증후군 걸린 주부처럼 드러눠 있다가
이제야 이 글을 끄적대고 있다는 거.
그리고 보상심리인지
내가 나한테 주는 상인지는 몰라도
나만 얌체처럼 몰래 먹을(?!)
푸딩 하나 만들어서 냉장실에 넣어뒀음
...확실히 이런 건
엄마랑 내가 다른 거 같다.
ps.
월남쌈도, 오리훈제+쌈무도 별로였는데
요번 양배추 쌈밥은 합격이었다
앞으로 아부지한테는
무조건 양배추 쌈밥을 드려야겠음
특히 소고기 쌈장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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