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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일상&아무말

5/8 어버이 날에 만든 거

 

 

사실 몇 가지는

전날에 미리 준비해뒀음

 

 

소고기 간 거 + 쌈장된장 등등

 

원래 고추장이 정석인데

아버지가 요새 위장 때문에 매운 거

(특히 빨간 거)

못 드시니까 된장과 같이 볶음

 

 

양배추 쌈밥

 

역시 위에 좋다는 양배추.

(평소에도 식탁에 양배추 데쳐서 올림)

 

지금 세 보니까 9개네.

원래 더 큰 겉잎을 잘라서

더 많이 만들려고 했는데

전날 미리 쪄놓은 양배추 잎을

새벽에 엄마가

칼로 썰어서 식탁에 먼저 올려가지고

 

약간 더 작은 속잎을

새로 쪄서 만들었다는

대충 그런 후담이 있음.

 

위에 그 소고기 쌈장이

여기에 밥이랑 같이 들어감

 

쌈장이 잔뜩 남아서

한동안 계속 먹을 거 같지만.

비벼먹든 어쩌든 해서.

 

 

양파/당근/돼지고기랑 표고버섯

 

 

고기는 당연히 잔뜩 넣어야지

 

원래 잡채에서 채소는

색깔 좀 내려고 넣는 거임

 

 

부추

 

원래

시금치를 데쳐서 넣는 게 정석이지만

엄마가 부추를 좋아하고

어째서인지 집 근처 반찬가게도

시금치가 아니라 부추를 넣고

뭣보다도 나물 데치기 귀찮으니까

=부추는 대충 뜨숩게 하면 금방 숨이 죽음

 

부추를 넣음

 

 

웍에 볶음

 

당면 찬 물에 불려서->삶아서

->찬물에 또 식혀서->양념장에 좀 버무려서

 

미리 준비한 재료들이랑 같이 볶음

이미 다 익힌 것들이라 살짝만.

 

 

좀 더 짭짤하게

 

어차피 참기름 더 넣고

버무릴 생각이었는데

간이 좀 심심한 거 같아서

간장을 더 넣었음

 

 

특별히 클로즈업

 

잡채는

엄마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음식 중에 하나고

 

내가 3일 이상 계속 먹어도

안 질려하는 음식이기도 해서

(그런 음식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카레다

카레는 일주일이나 보름까지도

쌉가능할 거 같음)

 

기왕 만드는 거 왕창 만들었다

반찬가게에서 파는 거

한 5~7팩 정도.

 

윤기가 좀 부족한가 싶었는데

엄마는 그래서 좋다고 하셨음

 

이렇게 아부지용, 어무이용 음식

하나씩 만들고

 

 

채수

 

무가 있는 줄 알았는데 없어서

끓이기 직전에 사 와야 했음

 

 

푸성귀

 

말 그대로.

저때는 잘 몰랐는데

다 먹고 나서 보니까 요것만 왕창 남았음

너무 많이 꺼내놨었나 보다

 

버섯이나 그런 건 생략했음

 

 

소고기님

 

고기는 위대하니까

'님'을 붙임.

 

 

쭈꾸미 (아주 살짝 데쳐놨음)

 

쭈꾸미는 '님'까지는 안 붙임.

 

국립국어원 늬들이 아무리

주꾸미라고 해도 나는 쭈꾸미라고 부를 것이다

쭈꾸미가 어감이 더 귀엽고

더 맛있을 거 같잖아

ㅉ로 시작하면 뭔가 더 짭짤할 거 같단 말이지

짜장면처럼.

 

자장면은 무슨... 급식으로 나오는

싱겁고 맥 빠지는 그런 맛이 날 거 같은 어감이더만.

 

결국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받았는데

쭈꾸미도 인정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고대 유물을 꺼내서 채수를 끓임

 

저걸 뭐라고 하더라?

암튼 인덕션은 아니었는데...

(인덕션은 저런 원리가 아님)

 

암튼 식탁 위에 저렇게 올려놓고

샤브샤브 해 먹음.

 

뭔가......

우리 집은 특별한 일이 있다 싶으면

샤브샤브를 먹기 때문에...?

 

(아버지가 전보다

구운 고기를 잘 소화 못하게 되시면서

고깃집 대신 샤브샤브 집으로

가게 된 거 같음. 아님 백숙집이나.)

 

여튼 그 기억이 나서

샤브샤브.

 

식당이라면 모를까

우리 집 식탁은 되게 어수선하고

 

쭈꾸미에서 먹물 터져서

국물이 먹물 색이 돼버리는 바람에

맛은 있지만

비주얼적으로는 그렇게 막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그런 게 아니라서

 

뭣보다

배고프고 귀찮았으니까

이후 사진은 생략.

 

그래도 야무지게 잘해먹었다

쌀국수사리에다 죽까지 만들어서.

웬만하면 구시렁대는 아부지도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셨음

 

채수도 좀 남았는데

(사실 저기다 바지락도 넣어서

채수 말고 육수라고 불러도 되겠다)

내일 칼국수라도 해 먹을까 보다

 

 

그나저나

애기 때는 그렇게나 극혐했던

파랑 무를 일부러 찾아서 건져먹고는

'역시 이거지'하며 행복해하는 나...

내가 진짜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그리고...

 

애기 때 명절날 시골 아침상에서

잡채를 볼 때마다

'이건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다른 음식들 다 놔두고

잡채를 특히 궁금해했음. 해파리 냉채도.)

 

그랬던 내가

잡채를 첨부터 끝까지 혼자 다 만드니까

뭔가 묘한 기분도 든다

잡채를 만들 때마다 늘 이럼.

 

 

더보기

 

집에서는 잡채를 잘 안 해 먹어서,

그리고 시골에서는

꼭 나 없을 때 이미 완성돼있어서

(전이나 송편 만들기 같은 건 나도 거들게 했는데

항상 잡채는 어디선가 갑자기 뿅 나왔음)

어릴 때는 잡채 요리과정을 몰랐거든.

눈으로 본 적 없으니까.

먼저 알려주지도 않았고.

 

엄마는 그렇게 잡채를 좋아했어도

누군가의 생일날 빼고는 잘 안 만들었는데

(그런 날도 내가 깼을 때는

이미 다 만들어져 있었음

울 엄마가 되게 일찍 일어나시는 분이라)

 

내가 좀 커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직접 잡채를 만들어 보면서

왜 엄마가 그랬는지 이유를 아주 잘 알게 됐고

 

그래도 뭔가 각 잡고 부모님께,

특히 엄마에게

음식을 만들어줘야겠다 싶으면

잡채를 만들곤 함.

 

옛날이랑 다르게

반찬 가게라는 게 보편화됐고

(요샌 냉동 잡채도 있더라)

그래서 종종 사 오기도 해서

잡채를 별로 못 먹는 건 아닌데

(사실 굉장히 자주 먹는 편임)

 

그래도 파는 거랑 만든 건

뭔가 좀 다르잖아

 

(특히 우리 집 근처 단골 반찬 가게는

어느새 고기보다 어묵을 더 넣기 시작했음)

(아 맞다 저기 어묵도 넣었어야 했는데

깜빡했네)

 

간도 내 맘대로 맞추고

특히 고기를 내 맘대로 넣을 수 있지

 

 

 

 

여튼...

나한테 잡채란 음식은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

'3일 내내 먹을 수 있는 음식'

이런 거 말고도.

 

 

결론은

이렇게 (내 딴에) 손 많이 가는 거 만들어놓고

그럭저럭 부모님께 합격점 받은 다음

설거지까지 싹 마치고

(오늘 설거지만 6번은 한 거 같다)

명절 증후군 걸린 주부처럼 드러눠 있다가

이제야 이 글을 끄적대고 있다는 거.

 

그리고 보상심리인지

내가 나한테 주는 상인지는 몰라도

 

나만 얌체처럼 몰래 먹을(?!)

푸딩 하나 만들어서 냉장실에 넣어뒀음

 

...확실히 이런 건

엄마랑 내가 다른 거 같다.

 

 

ps.

월남쌈도, 오리훈제+쌈무도 별로였는데

요번 양배추 쌈밥은 합격이었다

앞으로 아부지한테는

무조건 양배추 쌈밥을 드려야겠음

특히 소고기 쌈장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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